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 의혹’ 사건을 검찰로 다시 넘기면서 한 권 분량 수사 기록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 수사에 역량을 집중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공수처 인력상 한계가 있었다면 이첩을 요구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최근 공수처로부터 한 권 분량의 이 전 장관 수사 기록을 넘겨받았다. 기록에는 공수처 부장검사 명의 출석요구서, 고발장 2건이 포함됐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사건을 검찰 이첩할 때 보낸 수사 자료 69권(3만여 페이지) 중 26권을 직접 생산한 것과 차이가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사건 이첩 때 허석곤 소방청장 등 간부들의 참고인 진술조서 원본을 이미 검찰에 넘겼다는 입장인데, 검찰에선 별개 사건이라 사본을 붙여서 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본에서는 공수처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수처 생산 기록은 허 청장 등 간부들 진술조서가 유일한데, 국회 증언 내용을 확인한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허 청장 등은 비상계엄 당시 이 전 장관으로부터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받았다는 취지로 국회에서 증언했다. 특수본은 윤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관련 의혹을 공소장에 담았는데 공수처 기록이 아닌 자체 조사 결과를 활용했다.
공수처는 이첩 요구권을 행사해 지난해 12월 18일 검·경에서 이 전 장관 사건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없이 지난 3일 검·경에 재이첩했다. 공수처는 직권남용에 미수 처벌 규정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재이첩이 적합하다고 봤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공수처의 이첩·재이첩을 거치며 수사가 지체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첩 당시에는 법리 검토 전이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첩받았고 조사하다 보니 상황이 생겨 다시 보낸 것”이라고 했다. 또 “검찰이 이 전 장관 사건을 실제 넘긴 날짜는 12월 26일인데 수사를 어떻게 더 많이 하느냐”며 “가장 중요한 소방청 간부들 조사를 공수처가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박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