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정책 속도전, 법원서 줄줄이 제동 걸려

입력 2025-02-09 18:42
미국 시사지 타임이 최근 표지 사진으로 실은 일론 머스크가 대통령의 ‘결단의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사이에 틈이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미국 언론에서 나왔다. 타임 홈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적인 신임을 받는 일론 머스크의 밀어붙이기 정책 속도전이 미국 연방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효력이 중단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뉴욕 남부 연방법원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8일(현지시간)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재무부 결제·데이터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긴급명령을 통해 트럼프 취임일인 지난달 20일 이후 해당 시스템에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모든 공무원에게 “재무부의 기록과 시스템에서 내려받은 자료의 모든 사본을 파기하라”고 명령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현행법상 재무부 재정국의 기록에 대한 접근권은 직무 수행의 필요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에게만 부여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DOGE에 접근 권한을 줄 경우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명령의 효력은 오는 14일 예정된 심리기일까지 유지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재무부가 관리하는 정보에 DOGE가 ‘특별공무원’ 자격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정보에는 사회보장 혜택, 연방 공무원 급여, 은행 세부 정보 등이 포함돼 있다. 재무부는 연방 정부의 약 6조7500억 달러(지난해 기준)의 지출 중 약 90%를 처리한다. DOGE 직원들에게 재무부 시스템 접근 권한을 준 것을 두고 정보 유출 위험과 해킹 우려가 큰 월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원의 이번 명령은 민주당 소속 주정부 법무장관들이 지난 7일 제기한 소송에 따른 것이다. 캘리포니아·일리노이·뉴저지주 법무장관들은 머스크에게 정부 컴퓨터 시스템 접근권을 준 트럼프의 조치가 헌법에 명시된 보호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원의 명령을 머스크가 즉시 준수할지는 명확하지 않고, 주정부 법무장관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어떻게 모니터링할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정부 지출 삭감 및 조직 축소를 주도하고 있는 DOGE는 재무부의 결제 시스템을 통해 연방기관 자금 지급도 개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속도전을 법원이 막아선 사례는 또 있다. 트럼프가 국제개발처(USAID)를 폐쇄하겠다며 직원 수천명에게 ‘행정 휴가’를 명령한 것에 대해 연방 정부 노조가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7일 이를 받아들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2021년 의사당 폭동 사건을 수사했던 연방수사국(FBI) 요원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했으나 법원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미국의 출생 시민권을 부정한 행정명령도 수정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여러 법원이 집행 중단 명령을 내렸다. 반면 DOGE가 노동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은 법원에서 인정받았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