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기업 취업이 보장된 반도체 계약학과의 정시 모집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인원이 모집인원 대비 2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 전문가들은 합격자 상당수가 의대 등 메디컬계열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한다.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난 올해 이런 ‘의대 쏠림’은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종로학원이 9일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서강대 등 5개 대학의 2024학년도 반도체 계약학과 정시 합격 미등록 최종 현황(일반전형기준)을 분석한 결과, 77명 모집에 138명이 추가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 포기율 179.2%로 총 모집인원의 2배에 가까운 합격생이 이탈한 것이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현장 맞춤형 인재 교육을 하고, 학생은 졸업 후 해당 기업으로 취업할 수 있는 학과다.
성균관대와 연세대는 삼성전자, 고려대 한양대 서강대는 SK하이닉스와 반도체 계약학과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계약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등도 있지만 정시 경쟁률과 추가 합격을 공개하지 않아 이번 분석에선 제외했다고 종로학원은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는 30명 모집에 60명이 추가 합격해 등록 포기율이 200%에 달했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정시 정원 10명의 3.6배인 36명이 등록을 포기해 가장 높은 이탈률을 보였다. 삼성전자 계약학과는 47명 모집에 78명이 추가 합격했다.
2025학년도 정시 경쟁률은 SK하이닉스 계약학과가 9.79대 1, 삼성전자 계약학과는 5.86대 1이다. 올해 정시 최초 합격자 1차 등록은 오는 12일까지다. 추가 합격자는 13∼19일 발표한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계약학과 합격생 상당수가 의대 등 메디컬계열로 이탈할 것으로 예상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는 의대 정원이 크게 늘었고 반도체 경기 상황과 맞물려 의대 선호가 더 높아질 수 있다. 현재로선 이탈이 지난해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