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지하철에서 노트북과 지갑, 지갑 속 신분증과 현금, 블루투스 이어폰, 집 열쇠 및 기타 소지품이 모두 들어 있는 백팩을 잃어버리는 큰 사건이 있었다. 도난은 아니었고, 부주의하게 두고 내린 것을 누군가 주워 간 모양이었다. 하루종일 분실물 센터와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수색했지만 실패했다. 며칠 동안 쉴 새 없이 ‘나의 찾기’ 기능을 통해 블루투스 이어폰의 GPS를 추적했다. 그러나 지도상으로 나의 이어폰은 아침부터 밤까지 시내를 끝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위치는 거의 내내 선로 위였으나 역과 노선이 매번 바뀌었다. 하루종일 이렇게까지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니 의아했는데, 결론은 내 가방을 가져간 이가 홈리스라는 판단이었다.
그 생각에 이르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모두 나에게 중요했지만 꼭 그것이 아니어도 되는 물건이었다. 노트북은 10년째 써 바꿀 때가 됐고, 여분의 이어폰과 열쇠도 있었다. 지난해 생일선물로 받은 손수 만든 열쇠고리를 생각하면 속이 쓰렸지만 그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진 것도 아니었다. 걱정하는 주변인들에게 더 필요한 사람에게 갔을지 모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친구들을 안심시키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었지만 얼마간은 진심이었다. 나의 물건이 누군가의 따뜻한 밥 한 끼가 됐다면 다행이었다.
사람에게 의지가 있듯 사물에도 의지가 있을 수 있을까. 나는 무생물과 물건에도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누구나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해지거나 늘 소지해야 하는 물건이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처럼 자동차를 대하는 사람을 여럿 봤고, 유독 애착이 있는 옷이나 신발도 누구에게나 있다. 이름이 있는 로봇 청소기도 많다고 한다. 내 모든 책을 그 가방에 든 노트북으로 썼기에 의미 있는 물건이었지만 인연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새로운 물건을 맞을 준비를 하며, 사람이든 물건이든 헤어짐에 후회가 없도록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다짐했다.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