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핀 교회, MZ가 찾는 신앙공동체로 성장

입력 2025-02-10 03:05
심기도 주는사랑교회 목사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성남 교회 예배당 앞에서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경기도 성남 주는사랑교회(심기도 목사)는 위례신도시 한가운데 있는 중앙타워에 위치한다. 심기도(43) 목사는 개척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2018년 9월 호기롭게 교회를 시작했지만, 공동체가 세워지는 과정은 외롭고 고달픈 과정의 연속이었다. 개척 후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상황은 더 어려웠다. 성도나 재정 등 외부 지원 없이 시작한 교회는 현재 80여명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제자로 성장하는 공동체로 자라났다. 성도들 다수는 MZ세대다.

지난달 30일 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심기도(43) 목사는 쉽지 않았던 개척 과정에 대해 “예수님과 동행하며 닮아가는 삶이 무엇인지 몸소 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개척으로 광야에 내몰리다

선한목자교회를 거쳐 개포교회에서 10년간 부교역자 생활을 하던 그는 하나님으로부터 개척하라는 기도의 응답을 받고 개척을 시작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없이 광야에 내몰린 느낌”이라고 회고했다. 개척에 동참하기로 한 성도들은 여러 사정으로 함께 할 수 없었다.

심 목사는 하나님만 바라보며 매일 아내와 예배당에서 2시간이 넘도록 기도로 부르짖었다. 심 목사 부부는 생계를 위해 오전에는 각자 아르바이트를 했고 오후엔 교회 앞 광장에 나가 교회를 알렸다. 심 목사 가족은 매일 새벽기도 후 전도지를 들고 아파트와 거리를 돌며 복음을 전했다.

처음 한 달 동안은 낙심과 외로움이 밀려왔다. 새벽마다 기도하고 전도하면 금방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 기대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교회로 오는 이는 없었다. 그는 불평하며 울부짖었다.

‘하나님 왜 아무도 보내주지 않으십니까. 혹시 제 기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요. 주님이 제 상황과 필요를 아십니다. 그런데도 성도들 보내지 않으신다면 교회 개척을 내려놓겠습니다.’

심 목사는 자신의 계획과 뜻을 내려놓고 주님의 뜻을 구하자 평안함이 임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아무도 없던 예배실에 첫 방문자가 찾아왔다. 첫 예배는 한 명의 성도와 함께 시작했지만 이후 성도들이 모이면서 교회는 조금씩 성장했다.

심 목사는 이 경험을 통해 중요한 진리를 깨달았다. 교회를 세우는 것이 자기 생각이나 계획, 능력에 달린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모든 것을 주께 맡길 때 예수님께서 친히 이끌어가심을 확신했다.

팬데믹 기간, 영적 내면 돌보는 기회로

심 목사는 개척 1년여 뒤 터진 코로나 팬데믹 동안 성도들의 영적 내면을 돌볼 기회로 삼았다. 그는 “저부터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고 그 동행의 기쁨을 누리며 주님과의 관계를 깊이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팬데믹에서도 성도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기 위해 드라이브스루 심방을 전개했다. 매주 돌아가며 성도들을 짧게라도 만나는 심방 사역을 이어갔다.

개척교회의 강점은 밀도 있는 목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심 목사는 “한 영혼 한 영혼, 주님께서 보내주신 가족으로 여기며 관계를 맺었다”며 “무엇보다 성도들이 말씀과 기도를 통해 예수님과 동행하는 기쁨을 누리도록 돕는 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하루 한 구절 묵상’은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의 적용 중 하나다. 제자반을 수료한 성도들이 평일 성경 한 장을 읽고 그중 마음에 닿는 한 구절을 주님의 음성으로 묵상하고 적용하고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심 목사는 “직장 생활과 육아 등으로 묵상 시간을 정하는 게 어려운 성도들이 많다”며 “그래서 현재 저와 매일 묵상을 나누는 성도들은 전체성도 중 30%가량 된다. 이들의 꾸준한 말씀 나눔이 다른 성도들에게 도전과 영향을 주고 있어 묵상에 참여하는 성도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세대 신앙 양육에 집중

개척교회지만 다음세대 신앙 양육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교회는 전 세대가 함께 예배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주일예배 찬양 시간에는 온 가족이 함께하고 설교 시간에는 각 예배실로 흩어져 어린이들에게 맞는 말씀을 전한다. 청소년들은 어른들과 함께 설교를 듣는다. 설교 요약을 50번 이상 참여하면 비전트립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심 목사는 “다음세대를 제자화하려면 우선 부모들의 신앙을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 부모의 신앙이 바로 서야 자녀들의 우선순위도 주님께 맞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활용해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알리는 데도 힘썼다. 물티슈를 나눠주는 노방전도를 비롯해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등 SNS를 활용한 온라인 홍보도 병행했다. 심 목사는 교회에서 20년간 드럼을 친 경험을 살려 드럼 교실도 열었다. 평일 오후 레슨을 진행하며 전도의 접촉점을 만들며 교회 문턱을 낮췄다.

올해 주는사랑교회의 기도 제목은 모든 성도가 예수님과 동행하며 그 기쁨을 누리는 삶을 사는 것이다. 심 목사는 “숫자적인 성장보다 한 사람, 한 가정, 한 공동체가 예수님과 동행하는 기쁨을 누리며 세상 속에서 작은 예수로 살아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성남=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