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목적으로 추진된 정책 실패의 교훈

입력 2025-02-08 01:30
국민일보DB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적으로 극명한 대립각을 보이지만 정책 추진 방식은 놀랍도록 닮았다. 윤 대통령의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이 대표의 반도체 특별법 논란은 정치적 목적으로 밀어붙인 정책이 어떤 혼란을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국정 브리핑에서 동해 심해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전격 발표했다.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에 이른다며 곧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산유 부국이 될 것처럼 기대를 부풀렸다. 그러나 8개월만인 그제 산업통상자원부는 1차 탐사 시추 결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이 아니다”며 사실상 실패를 선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첫 케이스에서 성공할 확률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았다”고 토로했다. 대통령이 총대를 메고 나서자 4월 총선 참패를 만회하기 위한 정치쇼 아니냐는 당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과학적 근거도 부족한 프로젝트로 국민에게 ‘산유국 희망 고문’만 남기고 국민과 기업에 피해를 주게 됐다.

정치적 의도로 졸속 정책을 일삼는 건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 가능성이 열리자 최근 ‘실용주의’를 기치로 정책 우클릭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 민주당 내부 반발과 지지율 계산 속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검토하며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느냐”고 언급했다. 하지만 당내 일부 의원과 양대 노총 반발이 거세지자 슬그머니 노동시간 관련 조항을 빼겠다고 한다. 대권욕에서 비롯된 ‘우클릭’ 전략이 정파 세력과의 사전 조율까지 생략할 정도로 즉흥적으로 추진됐음을 보여준다. 이는 그가 내세운 25만원 민생지원금 포기, 성장 우선 기조, 한·미·일 협력 강조, 상속세 감세 등 기존 민주당 정체성과 배치되는 정책들도 언제라도 폐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꼼수 정책이 지속된다면,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뿐만 아니라 ‘신뢰 리스크’까지 안게 될 수도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장밋빛 정치 공약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현 가능한 민생 정책이다. 더구나 정치 지도자들이 제시하는 정책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들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정치 생명 연장의 도구로 활용할 경우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