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6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3대 신용평가사 중 처음으로 발표된 국제 신용등급 평가다.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피치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3대 신용평가사의 한국 신용등급 조정 여부에 이목이 집중돼 왔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대한 해외 투자자 우려도 당분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피치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높은 정치적 리스크와 긴장 상황은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면서도 “한국 경제와 국가 시스템에 실질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등급 유지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계엄과 관련된 문제들은 헌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될 것”이라면서 “한국의 시스템은 견조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피치는 2012년 9월 한국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올린 뒤 12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피치의 이번 발표로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재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다만 향후 정치적 변동이나 정책 교착 상태의 장기화 등 위험 요소를 계속 관찰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정책 결정의 효율성 하락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발생할 경우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 등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 대선이 열릴 수 있다고도 관측했다. 대북 리스크에 대해선 “최근 북·러 관계 강화 등으로 한국과 북한의 관계 설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0%에서 1.7%로 낮췄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 둔화 우려 등을 이유로 들었다. 내년 전망과 관련해선 소비와 설비·건설 투자 등이 개선되며 경제성장률이 다시 2.1%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