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6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6차 변론기일에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 대통령에게 직접 들은 단어가 ‘인원’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 상황과 지시에 포함된 ‘의결정족수’ 등 단어를 고려하면 맥락상 국회의원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간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의원을 끌어내라”고 들었다고 했고, 윤 대통령 측은 “의원 아닌 요원”이라고 맞섰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시 707특수임무단은 국회 본관 정문 앞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본관 건물 안쪽에 저희 인원이 들어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말씀하신 부분들, 의결정족수 문제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끌어내라는 부분은 당연히 국회의원이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에게 직접 들은 정확한 말은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였다고 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 관계자는 “상식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맥락상으로도 국회의원으로 볼 수밖에 없는 발언”이라며 “다른 가능성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공소장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곽 전 사령관이 통화를 마친 후 김현태 707특임단장과 공수요원 15명은 국회의사당 건물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침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려면 보좌관 등 거센 저항이 있었을 텐데 의원 190명과 보좌관을 요원 15명이 끌어내는 게 가능하느냐”고 따져물었다. 곽 전 사령관은 “저는 지금도 감사한 게 707특임단 요원들이 정말 절제하고 참고 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 신문 내내 대리인단과 귓속말을 하고 질의를 코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증인신문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고 곽 전 사령관과의 통화에 대해 “현장 상황을 확인하려 전화했고, 보고를 좀 받다가 수고하라고 한 뒤 전화를 바로 끊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인원이라 얘기했다고 하는데, 인원이란 말을 써본 적이 없다”며 “다짜고짜 전화해 의결정족수가 안 되게 해라, 끄집어내라 이런 지시가 공직사회에서 상하 간에 가능한 이야기인지 재판관들이 상식선에서 들여다보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상황을 보니 지난해 12월 6일 홍장원(전 국정원 1차장)과 (곽 전) 특전사령관의 ‘김병주TV’ 출연 이후부터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진지하게 대응할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
검찰 공소장에는 곽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 지시 후 부하들에게 국회 ‘전기 차단’을 지시하고,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공포탄과 테이저건 사용을 건의했다고 기재돼 있다. 곽 전 사령관은 본인의 아이디어가 맞는다고 인정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대통령한테서 (끌어내란) 지시를 안 받았으면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물었고, 곽 전 사령관은 “네”라고 답했다.
김 재판관은 이날 곽 전 사령관이 구속 수감 중인 사실을 언급하며 “진술거부권을 한 번도 행사 안 하고 다 얘기했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