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데울 건 전기장판과 무료급식”… 취약층엔 더 가혹한 한파

입력 2025-02-07 02:00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1가 교차로에서 차량들이 정체를 빚고 있다. 기상청은 7일 오전까지 수도권 등지에 눈이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연합뉴스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한파가 몰아친 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야쿠르트 판매원’ A씨가 전동카트에서 음료를 꺼내 팔고 있었다. 두꺼운 털모자로 귀를 가렸지만 얼굴은 칼바람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A씨가 온열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카트 손잡이에서는 온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A씨는 “계약직이기 때문에 이렇게 밖에 나와야만 돈을 벌 수 있다”며 “살얼음 때문에 운전 중 사고가 나는 동료들도 있다”고 말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온종일 밖에서 일하는 이들이나 취약계층에게는 올겨울 한파가 더 매섭게 느껴진다. 기온이 급락한 데다 서울에 폭설이 쏟아졌고 강한 바람까지 몰아친 탓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고가도로 밑 제설발진 기지에선 형광색 조끼를 입은 작업자들이 제설 작업에 한창이었다. 얇은 천을 겹겹이 둘러 얼굴을 가렸지만 한층 매서워진 한파와 폭설을 견디기엔 부족해보였다.

오준형(48)씨는 “7일 오전까지 눈 예보가 있어 새벽까지 추가 근무를 해야 한다”며 “이럴 땐 작은 비닐 천막에서 쪽잠을 청하면서 밤을 새워야 하는데,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잘 수밖에 없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간이 휴게시설에선 중앙 난로를 중심으로 작업자들이 둘러앉아 손과 발을 녹였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는 쪽방촌 거주자가 6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 집에서 보일러가 고장났다면서 방에 전기장판을 깔아놓은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최원준 기자

쪽방촌 주민들이 사는 집 내부는 강추위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난방비 부담 때문에 보일러를 제대로 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만난 B씨(62)는 보일러가 고장난 집안에서 외투를 입은 채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는 “보일러가 고장났지만 집주인이 수리를 거부하고 집을 떠나라고 했다”며 “전기장판을 켜고 이불 3개를 덮은 채 겨울을 버티고 있는데, 어떤 날엔 코에 고드름이 맺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따스한 채움터’ 앞에는 무료로 제공되는 밥을 먹으러 모인 노숙인으로 북적였다. 이곳에선 매일 점심과 저녁, 대한적십자사에서 평소 끼니를 때우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한다는 B씨는 “한 끼라도 제대로 먹으면 하루가 다르다”며 “이런 곳이라도 있어서 그래도 사람 대접을 받는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동장군의 기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3시30분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를 발효했다고 밝혔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동안 눈이 5㎝ 이상 쌓일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눈폭탄은 7일 새벽 충청과 호남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6~7일 예상 적설량은 제주 산지 5∼15㎝, 충청·호남·울릉도·독도 5∼10㎝, 수도권·서해5도·강원권 등 3∼8㎝다.

이번 추위는 오는 11일쯤에야 평년 기온을 회복하며 풀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다음주 초 우리나라가 이동성고기압 영향권에 들어 맑은 가운데 남서풍이 불면서 기온이 오를 것으로 예보했다.

최원준 김용현 김승연 한웅희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