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12·3 비상계엄 당시 이른바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건네받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에 있었으며 직접 “참고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쪽지를 준 적이 없다는 윤 대통령이나 자신이 전달했다고 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진술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최 대행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해당 쪽지를 건넸는지 묻는 질문에 “윤 대통령이 제게 참고하라면서 옆에 있는 실무자에게 (쪽지를) 줬다. 그게 사실관계”라며 “기억에 준해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쪽지에는 ‘정부 예비비 확보’ ‘국회 예산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 3가지 지시사항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 13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쪽지를 받은 사실을 처음 언급했는데, 이날 국조특위에서도 이런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재 변론기일에 “쪽지를 준 적도 없고, 계엄 해제 후 한참 있다가 언론 기사에서 봤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도 같은 달 23일 헌재에서 “최 대행이 (계엄 전 국무회의에) 늦게 와서 실무자를 통해 줬다”고 말했다.
최 대행은 다만 해당 쪽지 내용을 당시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엄이라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초현실적인 상황이었고, 외환시장 모니터링으로 경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쪽지를 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계엄과 관련해) 무시하기로 했고, 덮어놓자고 하고 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 대행은 앞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마은혁 후보자만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그 당시는 여야 합의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제 판단이었다”며 “지금이라도 합의하면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청문회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덕수 국무총리도 나란히 출석했다. 정 비서실장은 계엄에 대한 인식에서 최 대행과 온도차를 보였다. 정 실장은 “계엄에 찬성한 바 없다”면서도 “입법권이 특별히 남용되면서 삼권분립을 근간으로 하는 헌정질서가 큰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이 발동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 대행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못 박았다.
한 총리는 김 전 장관이 헌재에서 ‘일부 국무위원은 계엄에 동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데 대해 “한 명도 들어본 적 없다. 국무위원들 전부 (계엄 선포를) 반대하고 걱정했다”고 일축했다. 이날 청문회 자리에는 부총리인 최 권한대행이 수석 증인석에 앉았고, 탄핵소추된 한 총리가 옆자리에 배석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한편 국조특위는 오는 13일까지로 예정됐던 활동 기한을 28일까지 15일 연장하는 안건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여당 의원 6명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야당은 향후 국회 본회의에서 특위 활동기간 연장안을 표결 처리할 계획이다.
구자창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