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가로 모십니다” 몸값 낮추는 전기차

입력 2025-02-07 01:03
게티이미지뱅크

전기차 할인 경쟁이 불붙었다. 연초부터 전기차시장 부진이 감지되면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이 계속되는 가운데 올해 국고 보조금까지 감소하자 자동차기업들은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졌다. 중국 최대 전기차기업 BYD(비야디)가 한국 시장에 뛰어든 것도 위기감을 높였다. 가격을 앞세운 전기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5, 코나 일렉트릭 등 전기차 9개 차종에 대한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차량 가격 할인에 생산 시기에 따라 할인 폭을 차등 적용하는 월별 재고 할인까지 더해 차종별 최대 300만~500만원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

기아는 이달부터 주요 전기차 4종에 대해 최대 500만원의 구매 혜택을 주는 ‘EV 페스타’를 연다. 차종별 기본 할인에 지난해 생산분 추가 할인을 합하면 EV6는 350만원, EV9 500만원, 니로 EV는 450만원, 봉고 EV 480만원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VEX, 코란도 EV 등에 대해 75만~150만원의 자체 보조금을 지원한다.


수입차 업계들도 할인 행렬에 나섰다.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오는 28일까지 전기차 ‘어벤저’와 ‘e-2008’를 예상 보조금만큼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데, 국고·지방자치단체 보조금에 상응하는 예상 비용만큼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테슬라 코리아는 기존 고객의 추천으로 차량을 산 경우 33만원을 할인해준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전기 SUV EX30을 글로벌 최저가로 출시한 점도 저가 경쟁을 심화시켰다. 지난 3일 전기차 EX30을 국내에 출시하며 사전 계약 때보다 최대 333만원 더 가격을 내렸다.

연초부터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는 건 내수 침체 영향이 크다. 소비 심리 위축에 캐즘까지 겹치며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9.7% 감소한 14만6883대에 그쳤다. 2022년 16만4492대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역신장했다.

지난해보다 축소된 전기차 보조금을 상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올해 전기차 국고보조금은 최대 580만원으로 전년보다 70만원 가까이 줄었고, 주행 가능 거리와 충전 속도 등 지급 기준이 강화됐다. 보조금 축소에 따른 판매 둔화를 막기 위해서 가격을 내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이 필수적인 만큼 판매량을 늘려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전기차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BYD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도 부담이다. BYD 코리아는 지난달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 가격을 315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일본(약 4200만원)과 유럽(약 5700만원) 등 주요국에 비해 1000만~2000만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가격 경쟁력에 불을 붙인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