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는 국내 철강업계 곳곳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난항에 따른 파업 리스크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동국제강 역시 실적 악화를 겪고 있지만 올해로 31년째 무파업을 이어가고 있어 화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경쟁사들처럼 동국제강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6.5%, 순이익은 75.5%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무파업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사측의 고용 보장이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전방사업 부진으로 “철강업계가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나왔던 2015년에도, 동국제강은 회사의 상징인 페럼타워를 매각할지언정 현장직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았다. 이에 노조도 화답하며 경영이 어려울 때면 임금 교섭을 사측에 전적으로 위임하거나 동결 의사를 밝혔다. 경쟁사는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재 일부 생산라인에서 파업이 진행 중이며 11일에는 총파업을 앞뒀다. 포스코는 지난해 임금 협상을 놓고 노사가 약 6개월간 대립하며 창사 56년 만에 첫 파업 위기를 겪었다.
동국제강의 노사 관계가 처음부터 원만했던 것은 아니다. 1980년 4월 이른바 ‘동국 사태’로 불렸던 첫 번째 파업에서 노조는 회사 사무실을 부수고 방화할 정도로 강성이었다. 이는 장상태 동국제강 선대회장이 “모든 근로자가 회사 경영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겠다”며 투명경영을 선언한 계기가 됐다. 동국 사태 이후로 사측은 임원단 회의와 부서장급 회의에 노조 간부 참여를 장려하고 주요 현안을 공유하고 있다.
두 번째이자 마지막 파업은 1991년 7월이었다. 사측은 동국 사태 경험을 토대로 대립보다는 조합원과의 화합에 주력했고 파업은 10일 만에 끝났다. 두 번의 파업을 겪으며 사측을 신뢰하게 된 노조는 1994년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하고 이를 지키고 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