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초호황이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실적으로 확인됐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빅3’는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했다. 정점을 찍은 업황이 올해부터 내리막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도 조선사들은 새해 목표를 지난해보다 올려 잡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4341억원으로 전년보다 408.0% 증가했다고 6일 공시했다. 이 회사는 2019년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를 자회사로 둔 조선 중간 지주사로 출범한 이후 최대 영업이익이다. 매출은 25조53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 늘었다.
조선업 호황 주기가 시작된 2022년 이후 수주한 선박들이 지난해부터 인도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다. 대부분의 선박 수주 계약은 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헤비 테일 방식으로 이뤄진 것도 지난해 깜짝 실적의 한 이유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9조9031억원, 영업이익 5027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23.6%, 영업이익은 115.5% 증가했다. 회사 측은 “매출액 증가에 따라 고정비가 감소하고, 선가 상승기에 수주한 선박 관련 매출이 발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23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에 이뤄낸 흑자 전환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 상선 매출에서 차지 비중이 늘고 잠수함 신조, 창정비 프로젝트 등 특수선 분야에서 성과가 컸다.
올해부터 선박 시장 호황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새로 건조한 선박 가격을 나타내는 영국 조선·해운 시황 조사 기관 클락슨리서치의 ‘신조선가 지수’의 상승세가 주춤하는 양상이고, 선박 발주 시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조선·해양 부문 연간 수주 목표치를 180억5000만 달러(약 26조원)로 전년 목표보다 약 34% 더 높여 잡았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수주 실적(73억 달러) 대비 33% 증가한 98억 달러(약 14조원)로 올해 목표를 정했다.
조선사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모색 중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최근 미국 해군 MRO(함정 유지·보수·정비)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최대 6척의 미 해군 MRO 사업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고, HD현대중공업도 올해 3척의 미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과 달리 특수선 사업부가 없는 삼성중공업은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2기 건조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정제하고 LNG 형태로 저장·하역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 설비다.
황민혁 백재연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