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가계소득 37% 오를 때 서울아파트 분양가 120% 급등

입력 2025-02-07 02:51 수정 2025-02-07 02:51
국민일보DB

건설경기 위축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최근 10년 새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승률과 가계소득 증가율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내수 침체로 소득 증가율은 주춤한 반면 원자재값과 인건비 등이 급등해 분양가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탓이다. 정부는 지난해 공사비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며 분양가 관리에 나섰지만 상승을 막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2015년 12월 기준 1830만6000원에서 지난해 12월 4041만5000원으로 10년 만에 120.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분양가 상승 폭도 110.1%를 기록했다. 수도권(105.5%)과 5대 광역시 및 세종시(110.2%), 그 외 지역(113.4%)도 모두 갑절 이상 올랐다.


반면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은 2015년 372만원에서 지난해(1~3분기 기준) 511만원으로 37.4% 상승에 머물렀다.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 상승 폭도 2015년 말 94.9에서 지난해 말 114.2로 20.3% 오르는 데 그쳤다. 10년 새 소득·물가보다 분양가 상승 폭이 3~5배가량 더 컸던 셈이다.

그 결과 분양가와 소득 증가율 격차도 점점 더 벌어졌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전년(3209만원) 대비 25.9%(832만원) 급등하며 HUG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5년 이후 가장 크게 뛰었다. 반면 지난해 가계소득은 전년 대비 2.3%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 아파트 상승 폭과 소득 증가율 차이도 2023년 14.5% 포인트에서 지난해 23.6% 포인트로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다.

분양가 상승 배경에는 2022년부터 본격화된 원자재가격 상승 등이 자리한다. 건설업계는 인건비, 금융비용 등도 모두 올라 분양가 상승을 막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2020년=100)는 주거용 건물 기준 2020년 말 101.84에서 2022년 말 124.23으로 2년 만에 22.0% 급등했다. 서울 아파트 연간 분양가 상승률도 2023년 17.4%, 지난해 25.9%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공사비 상승 등이 고분양가로 이어지면서 지방은 미분양이 속출하는 반면 서울은 분양가상한제 지역에 청약이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낮은 당첨 가능성과 높아진 분양가로 지난해 청약통장 가입자 수도 55만4000명 급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수년간 근로소득 증가세는 주춤한 반면 자재비를 비롯한 분양가 인상 요인은 갈수록 쌓여가는 상황”이라며 “건축 공법과 기술 혁신을 통해 건설 단가를 낮추고 분양가 안정을 유도하는 방향의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