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신화’ 삼양식품 창사 이래 최대 실적… 주가도 훨훨

입력 2025-02-07 01:24

전세계에서 ‘불닭 열풍’을 불러일으킨 삼양식품이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북미·유럽 시장에서 선전해온 흐름이 올해도 이어지면 연매출 2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미국 수출 물량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도입을 추진 중인 관세를 적용받을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4.91% 오른 80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7.61% 오른 82만8000원에 거래되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6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전날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7300억원, 영업이익 3442억원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5% 늘었고 영업이익은 133% 급증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률은 2023년 12.4%에서 지난해 19.9%로 대폭 상승했다.


삼양식품 실적은 불닭볶음면 수출이 시작된 201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23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고, 2년 만에 2조원을 바라보게 됐다.

지난해 호실적은 수익성이 높은 수출 비중이 크게 높아진 데다 고환율 효과를 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간 영업이익은 라면업계 경쟁사인 농심과 오뚜기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의 수출 비중은 2023년 68%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77%로 1년 만에 10% 포인트가량 증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 등에서도 불닭 브랜드 입지가 견고해지면서 물량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해외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6월 준공을 앞둔 경남 밀양2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해외 매출 확대에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까르보불닭볶음면이 화제로 떠오르면서 월마트·코스트코 등 현지 주류 마켓 채널 입점이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해 6월 덴마크에서 발생한 핵불닭볶음면 리콜 사태는 오히려 불닭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다만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경우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수출에 타격이 우려된다. 삼양식품은 미국 현지 생산공장이 없어 물량을 전부 수출한다. 해외 매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약 25%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강달러 환경과 관세 부과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가격을 올릴지, 마진을 줄일지 등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정책이 확정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개별기업 차원에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K라면의 인기는 여전하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31.1% 증가한 12억4845만 달러(약 1조8100억원)를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3분기 국내 라면 수출 매출액의 약 62%를 담당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