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정대철 헌정회장과 김진표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계 원로들도 “이제 결심만 남았다”며 국회가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을 위한 개헌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국가대개조를 위한 개헌 토론회’에는 여야 원로와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 전 의장과 김 전 위원장이 기조연설을 맡았고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다음 대선 후보 별의 순간은 개헌’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개헌은) 정치권에서 결심만 하면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다음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사람이 개헌에 대한 분명한 약속을 할 수 있도록 국민, 언론, 정치 모두 다 엄청난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헌법 체계의 한계와 관련해 “대통령은 헌법상 보장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려 하고, 야당은 다음 집권을 위해 절대 정부·여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며 “여소야대에서 대통령의 정치력이 발휘되지 않으면 결국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회와 정부가 같이 갈 수 있는 시스템이 가장 안정적”이라며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을 제시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해선 “대통령이 중임을 하려고 어떠한 짓을 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김진표 전 의장은 “여소야대가 되면 식물 대통령이 되거나, 제왕적 대통령이 되거나 둘 중 하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극은 여소야대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가 가진 모든 권한을 다 행사하겠다고 하다가 대한민국이라는 기관차를 전복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헌의 책임은 22대 국회에 있다”며 “여든 야든 나라를 걱정하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탄핵의 원인이 누구 책임이냐’ 하는 문제를 떠나 여·야·정 협의체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가야 개헌도 된다”고 당부했다.
김 전 의장은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 등을 이유로 2단계 개헌을 제시했다. 1단계에서 현행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면서 대화 테이블을 제도화한 뒤 이후 3년간 국민을 설득해 의원내각제로 가는 방식이다.
정대철 회장은 ‘선(先) 개헌, 후(後) 대선’을 주장하며 야당의 참여를 촉구했다. 그는 “개헌은 단시간에 해야 한다”며 “내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도 ‘여야 합의만 있으면, 원포인트로 권력 구조만 집중 논의하면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이 끝나기 전에 개헌할 수 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재오 이사장은 “다음 대통령은 임기를 1년만 하겠다고 선언한 뒤 국가 대개혁을 위한 틀만 만들어야 한다”며 “올해 안에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마무리하고 선거법·정당법 등을 고친 뒤 내년 지방선거 때 대선을 함께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