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변경된 ‘외국 납부 세액공제’ 체계로 연금 계좌가 이중과세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제도 개편이 확정되기 전 해외와 국내에 이중으로 세금을 낸 투자자에 한해 환급 적용을 하거나, 이미 국내 세율만큼 해외에 세금을 납부한 경우 연금소득세를 면제하는 방향 등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중과세에 대한 대책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변경된 외납 세액공제 방식에 따라 연금계좌의 과세이연 효과 등이 희석되기 때문에 추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개편된 외납 세액공제 방식을 연금계좌의 특성에 맞게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반 계좌와 달리 만기가 있는 연금계좌의 특성상 바뀐 세액공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세금을 두 번 납부해야 하는 불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변경된 외납 세액공제의 핵심은 간접투자회사(투자회사·투자신탁 등 집합투자기구)가 투자자에게 해외 펀드 투자에서 발생한 배당 소득을 지급할 때 국내 세율을 적용한 세액에서 외국 납부 세액을 차감한 금액만큼만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개편된 것이다. 이전까지는 펀드에서 나오는 분배금에서 외국 정부가 세금을 떼가면, 국세청에서 이를 운용사에 환급해 주고 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지급할 때 국내 세율을 적용해 원천징수하는 ‘선 환급, 후 원천징수’ 방식을 적용했다.
문제가 된 건 이 방식을 연금계좌에 적용할 경우다. 이미 외국에 세금을 냈는데, 계좌 해지 시 3~5% 연금소득세를 또 내야 해서 이중과세 논란이 불거졌다. 바뀐 정책은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이중과세 해소’를 중심으로 여러 대책을 논의 중이다. 예컨대 이달 연금 계좌를 해지해 세금을 두 번 낸 투자자에 한해서는 추후 소급해 이중과세분을 환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 내야 하는 세금만큼을 해외에 이미 납부한 투자자의 경우 3~5% 연금소득세를 더 내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업계와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른 시일 내에 정책 방향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금투업계에선 제도 개편이 이뤄져도 연금 계좌를 통해 누릴 수 있던 세제 혜택을 이전만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해외에 납부한 세금을 국세청에서 환급받은 뒤 과세를 미뤘다가 연금 수령 시 세금을 내던 과세이연 효과를 앞으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금 계좌에 대한 투자자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운용업계는 내부적으로 설정해 놓은 해외 펀드 상품의 배당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외국에 세금을 내는 시점이 앞당겨져 배당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는 미국 주식형 펀드의 배당률 목표를 기존 3.5~3.6%에서 3% 수준으로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이 2021년에 나온 것이라고 하는데 퇴직연금 사업자 등에게 충분히 안내되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 대책에 따라 사업자들이 시스템 개발도 해야 해 제도 안착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전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