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딥시크가 고성능 칩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출시하자 한국도 AI 패권 다툼에 대비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하는 생성형 AI 관련 특허를 기반으로 미국·중국에 이은 ‘AI 3강’ 자리를 사수한다는 계획이다.
6일 과학기술정통부는 강도현 제2차관 주재로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 있는 국가AI위원회 회의실에서 ‘국내 AI산업 경쟁력 진단 및 점검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중국의 생성형 AI 프로그램 딥시크 등장을 계기로 마련됐다. AI 개발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고성능 칩을 확보하는 등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했던 게 기존 상식이었는데, 중국은 투자 비용 격차를 기술 혁신으로 극복해 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딥시크가 낸 성과에서 볼 수 있듯이 향후 AI 경쟁은 단순히 얼마나 고성능의 칩을 포함한 인프라를 사용하느냐가 아닌 얼마나 효율적인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란 진단이다.
중국의 약진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규제 완화와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오픈AI·딥시크 급으로 AI 기술 개발이 가능한 ‘추격조’를 구성하고 저작권 걱정 없이 국내 데이터에 대한 전권을 개방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간 협력도 필수다. 조준희 한국SW산업협회장은 “과거 이동통신 3사가 각각의 앱스토어를 만들었다가 원스토어로 합쳤고 최근에는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힘을 합치고 있다”며 “AI 인프라만은 합동해서 하나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중국에 이어 AI 특허 관련해 세계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AI 강국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 과기정통부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자체 AI 기반 모델만 10개에 달하고, 최근 10년간 생성형 AI 관련 특허 4000여건을 따냈다. 모레·업스테이지·엔쓰리엔·LG AI연구원 등은 세계 최대 AI 플랫폼인 ‘허깅페이스’의 거대언어모델(LLM)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강 차관은 “AI 각축전 속에 한국은 ‘제법 잘하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데 ‘아주 잘하는 나라’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업에서 투자 규모를 정하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책 금융을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