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딥시크 견제… ‘가성비’ AI 모델 경쟁 불붙었다

입력 2025-02-07 01:21

미국 빅테크가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를 견제하기 위한 ‘가성비’ 인공지능(AI) 모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구글은 자체 AI 모델 제미나이의 경량화 버전을 공개하고 “역대 가장 비용 효율적인 모델”이라고 6일 밝혔다. 딥시크가 저비용·고성능 AI 개발 경쟁에 불을 붙인 셈이다.

구글은 이날 대규모 정보 처리에 특화된 AI 모델 ‘제미나이 2.0 플래시’를 출시했다. 해당 모델은 지난해 12월 일부 개발자에게만 실험 버전으로 공개된 바 있다. 구글은 ‘제미나이 2.0 플래시 라이트’도 함께 선보였다. 기존 1.5 플래시 모델에서 성능은 유지하고 비용을 낮춘 제품이다.

플래시 라이트의 컨텍스트 윈도우(모델이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는 정보 양)는 약 100만 토큰(AI의 데이터 단위)이다. 텍스트, 이미지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처리하는 멀티모달 기능도 갖췄다. 데이터 입력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100만 토큰당 0.019달러다. 구글은 “예를 들어 사진 4만장에 대해 각각 한 줄 짜리 사진 설명을 1달러 미만으로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추론 성능을 강화한 제미나이 2.0 플래시 씽킹(thinking)과 코딩 작업에 특화된 2.0 프로의 실험 버전도 공개했다. 플래시 씽킹은 유튜브, 구글 검색, 지도 등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할 수 있다. 구글은 “추론 기능을 앱과 결합해 더 많은 작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AI는 지난달 31일 경량 추론 모델인 ‘o3-미니’를 출시했다. 전 버전인 ‘o1-미니’보다 코딩·수학·과학 등 기술 문제 해결 능력이 강화됐다. 오픈AI는 “우리는 비용은 낮추면서, 추론 능력은 유지해 고품질 AI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o3-미니 출시는 딥시크 충격에 맞불을 놓는 성격이었다. 최근 가볍고 싼 AI가 부상하면서 오픈AI가 지난해 7월 출시한 ‘GPT-4o 미니’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GPT-4o 미니의 100만 토큰당 입력 비용은 0.075달러 가량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처럼 저비용으로 고급 추론을 가능하게 한 딥시크 기술의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기술은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전문가 혼합과 대형 AI 모델로부터 학습하는 지식 증류다. 게다가 딥시크는 최신 모델 ‘딥시크-R1’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다운로드해 제품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보고서에서 “딥시크의 낮은 비용과 오픈소스 정책은 사용자 기반을 크게 확장시킬 뿐 아니라, 기업들이 AI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업계 트렌드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아직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존재하지만, 딥시크의 기술과 모델을 차용한다면 AI 운영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