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성장 우선’ 기치를 전면에 내세워 사실상의 조기 대선 준비 모드에 들어갔다. 역성장까지 우려되는 현 경제 형편으로는 복지 강화나 지역균형발전 등의 분배 과제 해결도 난망하다는 논리다. 적극적 산업정책을 통해 5년 내 3%대, 10년 내 4%대 경제성장률을 회복하겠다는 구체적 목표치도 제안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집권플랜본부 신년 세미나에서 “윤석열 정권의 무수한 실정 중 하나는 변변한 성장전략과 산업전략의 구상도 실천도 없었다는 것”이라며 “현 정권은 민주주의도 경제도 미래도 망쳤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민주당 집권기에 국가 성장의 기틀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김대중정부의 문화·정보통신기술(IT) 정책, 노무현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재인정부의 코로나19 극복 등을 사례로 열거했다. 김 최고위원은 “현시점 대한민국의 최대 숙제 중 하나는 민주주의와 성장의 회복”이라며 “민주적 성장전략은 민주, 복지, 평화와 함께 민주당의 전통이자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세미나의 방점은 성장에 찍혔다. 발제자로 나선 주형철 집권플랜본부 K먹사니즘본부장은 정부가 재정정책과 산업환경 조성에 그쳤던 기존의 역할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자금·판로·인재 확보를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문화·안보 3대 분야에 걸친 선도적 기술 기업을 육성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50조원 규모의 모태펀드 조성, 공공조달과 신아시아정책을 통한 국내외 판로 확보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주 본부장은 “실리콘밸리 같은 클러스터를 만든다고 좋은 기업이 생기는 게 아니다. 기업 육성이 우선”이라며 “삼성전자 같은 빅테크 기업을 6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가 띄웠던 ‘경제성장률 3%’도 재등장했다. 1%대 중반까지 떨어진 성장률을 2030년까지 3%대, 2035년까지 4%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민주당은 동시에 일련의 ‘우클릭’ 행보에 대한 진보 진영 내 비판을 의식한 듯한 메시지도 내놨다. 복지제도와 사회적 안전망 강화, 균형발전 등 전통적 의제를 위해서라도 경제 성장을 통한 재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취지다.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발전시켜 온 격차 해소, 공정, 포용, 복지, 분배의 문제의식은 당연히 유효하고 심화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성장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성장의 회복이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