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상수지가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역대 두 번째인 990억 달러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인 123억 달러 흑자를 달성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4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123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23년 4월 이후 20개월 연속 흑자로 12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월간 기준으로도 역대 3위의 기록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는 990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제시한 전망치(9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로 2015년(1051억2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지난해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수출-수입)가 1001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상품수지가 1000억 달러를 넘은 것은 2018년(1100억9000만 달러) 이후 6년 만이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관련 수출이 급증하면서 수출이 1년 전보다 8.2%(526억2000만 달러) 늘었다. 반면 수입은 1.6%(98억5000만 달러) 줄었다.
서비스수지는 237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적자 폭은 1년 전보다 31억2000만 달러 줄었다. 본원소득수지는 1년 전보다 4억3000만 달러 늘어난 266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본원소득수지 구성항목인 투자소득(배당소득+이자소득)이 285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흑자 폭을 키웠다.
문제는 올해다. 미국발 관세 전쟁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수출 증가세 둔화가 예상된다. 한은도 올해 경상수지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을 꼽으면서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고 우려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 올해 연간 경상수지 규모를 800억 달러로 예상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더라고 올해 경상수지 상황은 양호할 것”이라면서도 “800억 달러 전망치가 수정될지는 지금 상황에선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