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자국 국유 선박의 파나마 운하 통행료가 면제됐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파나마운하청이 곧바로 부인하는 혼선이 빚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밑 논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공개해 파나마 정부를 몰아세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엑스에서 “파나마 정부가 미국 정부 소유 선박에 운하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연간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2016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미 해군 선박 사진도 엑스에 공개했다. 군용 선박도 통행료 면제 대상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국방부는 피트 헤그세스 장관과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 사이에서 운하 관련 협력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헤그세스 장관과 물리노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파나마 운하 보호를 포함한 안보 이익을 상호 공유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미군과 파나마 보안군 간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리노 대통령이 헤그세스 장관에게 파나마 운하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공동으로 방어하기 위해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파나마 측 입장은 달랐다. 파나마운하청은 미 국무부 발표 3시간쯤 뒤 성명을 내고 “운하 통행료에서 어떤 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미군 선박의 운하 이용과 관련해 미국 관리들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양국의 다른 입장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파나마가 상당히 양보한 이런 내용의 합의는 양측이 만나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국무부의 발표는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파나마 당국자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일 파나마를 찾아 물리노 대통령에게 운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