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헌 논의 미룰 여유 없다… 李 대표, 이제 입장 밝혀야

입력 2025-02-07 01:30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 주최로 열린 '국가대개조를 위한 개헌 토론회'에서 성일종 국방위원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김진표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 국회에서 열린 개헌 토론회에서 정치 원로들은 왜 개헌을 해야 하는지, 그 절박한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진작 했어야 하는데 38년간 미적대다 이 지경이 됐다.”(정대철 헌정회장) “지금 헌법에선 이런 탄핵 사태가 또 생길 수밖에 없다.”(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식물대통령이 되거나 제왕대통령이 되거나, 둘 중 하나인 상황이다.”(김진표 전 국회의장) 어떤 개헌을 해야 하는가는 책임총리제부터 의원내각제까지, 언제 해야 하는가는 조기 대선 시점부터 2028년 총선 시점까지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취지는 다 같았다. 대통령과 의회의 권한을 분산·조정해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하며, 그것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이유와 방향에 시점까지 다 제시된 작업이 왜 안 되고 있는지도 원로들은 콕 집어 말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하려는 사람은 개헌에 관심이 없다.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맘대로 할 수 있는데 뭐 하러 개헌을 하냐면서.”(김종인) 국민의힘은 이날 주호영 의원을 개헌특별위원장에 임명했다. 내주 개헌특위를 출범시켜 자체 개헌안을 만들고 개헌론을 본격 제기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비명계도 “이 판국에 헌법을 바꾸지 않으면 언제 바꾼다는 거냐”(김두관 전 의원) “탄핵의 종착지는 개헌이어야 한다”(김경수 전 경남지사)면서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 개헌 논의에 침묵하는 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친명계가 유일하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말처럼,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인 이 대표는 고집스럽게 이 의제를 외면하는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거세게 일었던 개헌론은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선거에 묻혀버렸다. 후보들이 공약했지만 막상 새 정부는 의지를 보이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때 이미 문제가 터졌던 낡은 체제는 8년 만에 더 큰 고장을 일으켜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 이번에도 고치지 않고 넘어간다면 다음 위기는 더욱 심각한 사태로 닥쳐올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탄핵심판 결론이 내려지기 전,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조기 대선 블랙홀이 열리기 전에 어떻게든 개헌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 국회의원 200명의 찬성이 없으면 개헌 절차는 불가능하기에, 그 의석의 절대다수를 가진 정당 대표가 이 사안을 회피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가로막는 일이다. 이 대표가 입장을 밝혀야 할 시점이 됐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국민·언론·정치가 모두 나서서 엄청난 압력을 가하는 수밖에 없다”고 원로들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