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고성능의 중국산 인공지능(AI) ‘딥시크 R1’ 출시에 국내 게임 업체들이 낙수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년 간 수익화 모델을 찾지 못해 저성장 국면에 놓였던 국내 게임사들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AI 기반의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로도 딥시크 R1 수준의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되면서 게임 업체들은 AI 캐릭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PC와 스마트폰 게임 이후 이렇다 할 혁명이 없던 게임 시장의 패러다임이 딥시크 R1의 출현을 계기로 새롭게 뒤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캐릭터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최적의 무기를 골라 장애물을 피하고, 팀을 꾸려 적과 싸우는 등 협동 플레이가 가능한 캐릭터(CPC)가 차세대 게임 캐릭터로 꼽힌다. 이 캐릭터는 카메라로 게임 이용자를 인식하고 대화를 나누는 등 상호 소통도 가능해 수준 높은 AI 기술 개발이 필수다. 그동안 게임사들은 CPC 캐릭터를 연구 및 개발하기 위해 주로 엔비디아가 만드는 고성능 GPU 등을 사용했지만 워낙 비용이 높아 글로벌 게임사들 외에는 쉽게 뛰어들지 못했다. 하지만 딥시크 R1처럼 저사양 GPU로도 CPC 개발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 게임사들도 관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기반 게임 개발은 성장이 정체된 게임 업계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게임산업은 2000년대 PC온라인 혁명과 2010년대 스마트폰 혁명을 거치며 큰 규모로 성장했다. PC와 스마트폰 다음으로는 가상현실(VR)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출시 이후 수년이 지난 지금도 낮은 VR기기 보급률과 기대 이하의 성능으로 스마트폰·PC 게임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VR 같은 하드웨어를 갖출 필요 없이 AI를 기반으로 한 게임 그 차제가 게임 산업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저성능 GPU로 개발한 AI 게임 개발에 속도가 붙고 경쟁이 활발해지면 국내 게임 산업 전체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류한철 삼육대 인공지능학부 교수는 “AI 개발에 무조건 고가 GPU를 사용해야 한다는 글로벌 빅테크의 고정관념을 깨버린 게 딥시크”라며 “게임 뿐 아니라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이 딥시크 출현으로 미래 먹거리의 새로운 방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