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윤 대통령의 궤변과 자기 합리화가 부각되는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 헌법기관인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으면서도 “자유민주주의 신념을 확고히 하며 살아왔다”고 강변했고, 자신의 탄핵 시도에 대해서는 “실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고 있는 것 같다”고 희화화했다. 헌재에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한 건 ‘의원’이 아니라 ‘요원’이었다”는 말장난 같은 증언을 하기도 했다.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 지휘관들이 당초 국회 증언과 검찰 조사에서와 달리 윤 대통령이 지켜보는 헌재 증언대에서 구체적인 진술을 피하는 것도 헌재 심리를 통해 비상계엄의 전모를 밝히는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 바람에 탄핵심판을 위한 공개변론이 어제까지 6차례 진행됐지만 새로 드러난 사실이 거의 없다.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의 의견 청취에 의존하고 있는 헌재의 심리 방식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만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잘못이 크다.
그나마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헌재 증언은 주목할 만했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4일 0시30분쯤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 ‘국회 안에 빨리 들어가서 의사당 안의 사람들을 빨리 데리고 나와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곽 전 사령관은 “당시 국회 본관 안에 작전 요원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끌어내야 할 대상이) 의원이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내란죄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곽 전 사령관이 형사 재판에서도 이같은 증언을 고수할 경우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헌재가 지금 같은 심리 방식으로 12·3 비상계엄의 실체와 전모를 규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 대통령의 형사재판 1심 선고가 나기 전에 헌재가 먼저 탄핵 심판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면 더욱 정교하고 치밀하게 심리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도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솔직하게 진실을 밝히고 역사와 국민 앞에 떳떳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