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시작된 CJ그룹의 문화 사업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1990~2000년대 초반 내수 위수의 시장에서 분투하던 한국의 문화산업은 지난 30여 년간 눈에 띄게 도약했다. CJ의 문화 사업은 한국 대중문화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CJ는 일찌감치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의 부침을 겪으면서도 뚝심 있게 투자를 이어 왔다. 문화사업 투자를 결정할 당시 CJ의 목표는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달 1~2번씩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보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었다.
CJ는 1997년 본격적으로 미디어 사업에 진출하며 음악 전문 방송 엠넷과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투니버스 등을 인수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종합엔터테인먼트 채널 tvN을 개국하며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
98년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 설립 계획을 공표하고 CGV강변11을 개관하며 영화관 사업의 닻을 올렸다. 2011년 CJ미디어, 온미디어, CJ엔터테인먼트, 엠넷미디어 등 CJ그룹 산하 콘텐츠 관련 자회사가 합병된 종합 콘텐츠 기업 CJ ENM이 출범했다.
30년이 흐른 지금 한국은 주요 문화 수출국으로 탈바꿈했다. 국가 통계 포털 기준 2005년 문화산업의 총매출 규모는 57조2600억원이었으나 2023년 151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문화산업 수출액은 13억114만 달러(약 1조9116억원)에서 150억4000만 달러(약 21조8772억원)로 10배 성장했다. 한국 문화가 질적·양적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간 CJ가 문화산업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10조원을 웃돈다. 이를 통해 CJ는 인프라부터 콘텐츠까지 문화의 기초를 다져 지금의 세계적인 위상을 만들었다. 극장, 방송 채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까지 산업 저변을 넓히고 영화를 시작으로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며 대중과 접점 극대화에 나섰다.
CJ의 콘텐츠 경쟁력은 강력해졌다. 지금까지 축적된 지적재산(IP)은 5000여 개에 달한다. ‘해피선데이’ ‘스타골든벨’을 연출한 이명한 CP,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 PD, ‘1박2일’의 나영석 PD 등 지상파 유명 PD들이 합류하며 케이블 방송 콘텐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2016년 스튜디오드래곤이 출범하며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사랑의 불시착’ ‘나의 아저씨’ 등 세계적인 ‘히트 IP’도 대거 배출되기 시작했다. CJ ENM의 콘텐츠가 줄줄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엔 체계화된 시스템이 있다. 전문 프로듀서들이 기획, 제작하고 포트폴리오 전반을 관리해 효율적인 제작구조를 확립했다.
해외로 눈을 돌린 CJ는 2022년 미국 대형 스튜디오인 엔데버콘텐트(현 피프스 시즌)를 인수했다. 미국 현지에서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유통까지 자체 프로덕션 시스템과 유통망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선진화된 스튜디오 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전진기지를 마련한 것이다.
같은 해 OTT 플랫폼 중심의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는 두 번째 스튜디오 ‘CJ ENM 스튜디오스’를 설립함으로써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피프스시즌, CJ ENM 스튜디오스로 이어지는 멀티스튜디오 삼각 편대를 구축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