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KB손해보험의 에이스 비예나가 연일 화력을 내뿜고 있다. 16연승을 달리던 ‘절대 1강’ 현대캐피탈에 셧아웃 패배를 안기며 주가를 높였다.
6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비예나는 올 시즌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에서 득점 1위(638점)를 달리고 있다. 이 부문 2위 레오(현대캐피탈·509개)보다도 129점이나 앞선다.
비예나는 전날 현대캐피탈과 5라운드 경기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6점에 공격성공률 70.59%를 기록하며 팀의 3대 0(25-18, 25-20, 25-21) 승리에 앞장섰다. 4라운드까지 현대캐피탈과 4전 4패를 기록했던 KB손해보험은 비예나의 활약에 힘입어 올 시즌 맞대결에서 첫 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이 무서운 기세로 V리그 역대 최다 연승 기록까지 넘보고 있었기에 어느 때보다 값진 승리였다.
스페인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비예나는 올해로 V리그 5년 차다. 2019-2020시즌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입성한 그는 데뷔 첫해 득점 1위(786점), 공격 종합 1위(56.36%)에 오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듬해엔 부상으로 이탈하며 대한항공과 재계약에 실패했다.
2022-2023시즌 KB손해보험으로 둥지를 옮긴 후에는 팀에서 꾸준히 신임을 받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재계약을 맺을 땐 비예나와 의리를 지킨 구단의 선택이 의외라는 시선이 많았다. 지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 확보가 유력했던 KB손해보험은 재계약 마감 1분을 앞두고 비예나와 동행을 결정했다. 당시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가 각각 레오, 요스바니와 재계약을 포기해 비예나 외에도 고려할 만한 자원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였다. 비예나는 올 시즌 최고의 기량을 펼치며 재계약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는 중이다. 194㎝로 남자부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작은 신장이지만 약점을 특유의 점프력으로 만회하고 있다. 득점 루트도 다양하다. 현재 블로킹 득점 7위(세트당 0.539)로 외국인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이 부문 순위권 안에 들어있다.
비예나의 활약에 봄배구 구도 역시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현대캐피탈이 독주 체제를 형성하며 순위 경쟁이 느슨해지고 있던 차였지만, KB손해보험이 예상 밖 대항마로 떠올라 2위 싸움에 불을 지폈다. 현재 3위(승점 44·16승10패)로 2위(승점 49·16승9패) 대한항공도 곧 따라잡을 태세다. 이대로면 플레이오프는 물론 챔피언결정전 무대까지 넘볼 가능성도 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