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운동선수가 여성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트랜스젠더 포용 정책을 ‘젠더 이데올로기’와 ‘극단주의’로 규정하고 성별은 남성과 여성 두 개뿐이라는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성들의 여성 스포츠 참여 금지’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서명 직전 “앞으로 여성 스포츠에는 여성만 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여성 스포츠에 대한 전쟁은 끝났다”고 말했다.
행정명령은 “최근 몇 년간 많은 교육기관과 체육협회가 남성이 여성 스포츠에 출전하는 것을 허용해 왔다”며 “이것은 여성과 소녀들을 비하하는 일이며 불공평하고 위험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전과 공정성, 존엄성과 진실이라는 관점에서 여성 스포츠에 대한 남성의 경쟁적 참여를 더 광범위하게 반대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행정명령은 여성 스포츠가 여성에게만 해당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여성의 운동 기회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하도록 했다. 주요 체육단체와 기관들을 소집해 여성 선수들의 권익을 보장하도록 했다. 이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 연방법 ‘타이틀 9’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돼 연방 지원을 받지 못하고 조사를 받게 된다. ‘타이틀 9’는 연방기금을 받는 학교와 기타 교육 프로그램에서 성차별을 금지하는 법률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2년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또 국무장관과 국토안보장관이 여성 스포츠에 참여하려는 외국인이 출생 당시 남성이었을 경우 미국 입국을 재검토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하계올림픽을 언급하며 성전환 선수에게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내 행정부는 남자들이 여자 선수를 때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크리스틴 놈 국토안보장관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놈 장관은 미국에 들어오기 위해 여성 선수라고 속이는 남자 선수들의 비자 신청을 거부하는 것을 매우 잘한다”고 말했다.
이미 24곳이 넘는 미국 주에서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의 학교 스포츠 참여를 금지하고 있지만 20개 주와 수천개 지역 교육구에선 트렌스젠더 학생의 여성 스포츠팀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등 일부 주는 이번 행정명령에 대한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