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명 한방병원 전·현직 병원장과 한의사 등이 한방의약품 최소 12억원어치를 불법 판매한 혐의를 받아 검찰에 넘겨졌다. 이 한방병원은 보건소에 신고되지 않은 식품용 재료로 의약품을 불법 제조하기도 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민사국)은 약사법·의료법 위반 혐의로 한방병원의 전·현직 병원장과 한의사, 직원 등 4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수사는 2022년 말부터 진행됐다. 해당 한방병원이 의약품을 대량 생산한 뒤 불법적인 방법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제보에서 시작됐다.
민사국은 해당 한방병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수년간의 의약품 처방 내용을 확보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공진단 등 6가지 품목이 7년간 300억원어치 이상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의사 등 직원에게 처방됐다는 점이었다. 민사국은 일반 환자보다 직원에게 특정 의약품의 처방이 더 많았다는 것을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봤다. 민사국은 이에 2016년 이후 연평균 1000만원 이상 처방받은 직원 43명을 특정해 수사했다.
수사 결과 이들은 병원 택배 등으로 지인에게 최소 12억원어치의 의약품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이 처방받더라도 이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면 불법 판매에 해당돼 약사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게 된다. 의료인은 관할 행정처에서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이 한방병원은 의약품을 불법 제조하기도 했다. 신고하지 않은 식품용 재료를 의약품에 넣거나 한약재를 임의 변경했다. 녹용을 넣는다고 보건소 신고한 뒤 값싼 녹각(굳은 녹용)을 넣는 식이었다. 한의사가 한 번에 1000일분이 넘는 의약품을 처방한 사례도 있었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