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여야 잠룡들이 극복해야 할 것들

입력 2025-02-07 00:39

'지난여름 일' 비판 직면 이재명
중도층 확장에 벽 쌓은 김문수

시정 외 성공스토리 약한 오세훈
경륜 비해 '가벼운 정치' 홍준표

친윤과 화해하기 어려운 한동훈
勢 한계 안철수·유승민·김동연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잠룡들의 몸풀기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대선 국면이 일찍 형성되면서 다들 제대로 준비가 안 돼 있는 듯하다. 후보들도 당황해하는 눈치다. 그래서 일부는 벼락치기라도 하려는 움직임이지만 그게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적이다(이하 한국리서치 등이 6일 발표한 후보 지지율 순). 이 대표는 민생지원금 철회와 상속세 공제한도 상향, 주 52시간 근무 예외 움직임 등으로 연일 우클릭하느라 분주하다. 지지 기반을 확대하려고 실용과 중도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얻을 표심이 클지, 아니면 왜 진작 그렇게 하지 않다가 이제와 그러느냐는 비판 표심이 클지는 두고봐야 한다. 일부 집토끼들도 등을 돌릴 태세다. 뒤늦은 정책 전환 때문에 그동안 날려버렸을 기회비용에 대한 설명도 없다. 정책 유턴에 더해 이 대표와 민주당이 ‘지난여름에 한 일들’에 대한 평가도 받아야 한다. 최근 여야 정당 지지율 역전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어리석었지만 민주당도 그동안 너무 심했다는 ‘괘씸죄’ 정서가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가 그런 질문과 비판에 합당한 답 또는 진심어린 사과를 내놓지 않는다면 중도층과 실망한 집토끼가 막판까지 마음 주기를 망설일 것 같다.

반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같아도 너무 똑같은 자세로 돌직구만 날리고 있다. 최근 지지율 상승에 대해 “윤 대통령 구속을 반대하고 탄핵도 기각돼야 한다는 상식적인 얘기를 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런 주장이 극우나 강경보수층에 어필해 앞으로 지지율이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본선 승리에 필수적인 중도층으로의 확장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 대표 같은 유턴은 아니어도 중도 시늉이라도 내야겠지만, 아마도 김 장관은 대통령이 안 되면 안 됐지 그렇게 하진 않을 것 같다. 그런 고집이 그의 가장 큰 약점이다.

김 장관과 달리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당 잠룡들 가운데 중도에 가장 가깝게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약자와의 동행 철학이나 ‘기후동행카드’와 ‘손목닥터 9988’ 같은 것으로도 점수를 따고 있다. 하지만 예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사업 등과 같은 서울시를 넘어선 상징적 업적이 없는 것은 한계다. 시정 이외의 정치적 리더십이나 전 국민에 어필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도 아직 안 보여줬다. 미처 빌드업을 하기도 전에 대선이 다가온 때문이겠으나 그간 서울시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너무 소박하게만 써먹은 탓도 있다.

오 시장과 상반되게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방 광역시장에 걸맞지 않게 중앙 정치에 너무 자주 목소리를 내 왔다. 정치적 목소리 이외 대구 시정과 관련해선 뭘 잘했는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아울러 거친 표현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면서 이미지를 많이 구기기도 했다. 잠룡들 중 경륜이나 정치력은 독보적이지만 탄핵 국면에서 강경보수에 장단을 맞추다 보니 정치적 스펙트럼은 더 좁아진 측면도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도 이번 주말부터 활동을 시작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한 대표가 ‘고인 물’ 여당에 들어와 잠시 새 바람을 불어넣으려 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정치 초년병이 집권당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것은 대단하지만 친윤계를 적으로 만들면서 정치력이나 포용력 면에선 부족함을 드러냈다. 그게 당내 대선 경선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텐데, 당 안팎에서 세대교체론이 세게 불지 않으면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와 이낙연·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잠룡으로 거론되지만 대안이 되기엔 주변 세력이 너무 적다. 다 같이 모여 ‘중도개혁 연대’라도 만든다면 모를까 채 몇 개월 안 남은 상황에서 각자 자리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선 국면이 갑자기 닥친 측면이 있지만 무릇 정치는 개미처럼 평소 꾸준히 농사를 지어놓아야 하고, 그때그때 가진 정치적 자산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유권자를 사로잡을 시대정신이라는 것도 그간 정치 농사를 제대로 지어온 이들이 말할 때 더 잘 먹힌다. 갑자기 화장하고 안 들던 아령 든다고 금방 얼짱, 몸짱 되긴 어렵다. 결국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유권자들이 그동안 누가 농사를 잘 지어왔는지 똑똑히 감별할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