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경주 (47) 선교 집회서 간증… 청년들 기도·열정에 큰 힘 얻어

입력 2025-02-10 03:04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본부가 있는 곳이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 TPC 소우그래스 전경. TPC 소우그래스 인스타그램 캡쳐

집회 날이 됐다. 간증을 시작하자 청년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어느새 사라졌다. 무엇보다 수천명의 청년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열정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묘한 사명도 생겼다.

뉴욕 집회를 끝내고 댈러스로 돌아가면서 두 달 전인 10월에 열렸던 아시안 투어 말레이시아 이스칸다르 조호르 오픈에서 우승했을 때가 문득 떠올랐다. 매니저가 말레이시아에서 초청장이 왔다고 했을 때 나를 왜 부를까 하는 생각에 “초청료를 확 높게 불러 보라”고 했다. 그런데 웬걸, 주최 측이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말레이시아로 떠나면서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만약에 이번에 상금을 주신다면 모두 기부하겠습니다.”

도착하니 대회 관계자뿐만 아니라 갤러리들이 모두 나를 환대했다. 열띤 호응 속에서 신나게 플레이하다 보니 우승까지 했다. 우승 트로피를 받는 자리에서 깜짝 발표했다. “상금을 말레이시아 지역의 필요한 곳에 모두 기부하겠습니다.” 매니저조차도 몰랐던 일이라 현장에 있던 이들은 매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시기에 다시 일어설 힘을 안겨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가 넘어지면 일으켜 주는 손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사람들이 나를 위해 드려준 기도, 특히 청년들의 순수한 열정이 내게는 큰 응원이었다.

2010년부터 경기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3월 초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2위, 3월 중순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트렌지셔스 챔피언십에서 2위를 해 랭킹이 47위로 뛰어올랐다. 마스터스 토너먼트 출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캄캄한 터널을 걷는 것 같았는데 희미한 빛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출전을 앞두고 마음을 비운 채 막바지 준비에 집중했다. 대회장 코스가 워낙 까다로워서 그동안 언더파를 제대로 쳐본 적이 없어 욕심을 낼 수가 없었다. 이 대회는 5대 메이저라고 불린다. 4대 메이저보다 못한 대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프로 골퍼 사이에선 오히려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꼽힌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통틀어 상금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2011년만 해도 총상금 규모가 950만 달러(약 137억4080만원)였다. 게다가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PGA 투어가 직접 주관하는 대회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와 미국프로골프투어(PGA Tour)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프로골프협회는 미국 남녀 프로 골퍼를 회원으로 두고 교육과 골프 사업 등 전반적인 분야를 다룬다면, 투어는 토너먼트 대회를 주관하는 단체로 시드권을 가진 선수들만이 멤버가 될 수 있다. 토너먼트 참가가 직업인 투어 선수들에겐 미국프로골프협회가 아닌 PGA 투어가 소속사인 셈이다.

정리=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