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청소 일자리 만든다… 이 교회가 어르신 섬기는 법

입력 2025-02-07 03:01
대길교회 운영 대길사회복지재단 일자리 연계 어르신들이 5일 서울 영등포구 재단 건물에서 배달용 도시락을 들고 출발하고 있다.

전정난(84) 할머니는 평일 아침만 되면 출근 시간을 기다린다. 전 할머니가 출근지로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대길사회복지재단(이사장 백훈기 목사). 서울 영등포구 대길교회에서 운영하는 재단에서 도시락을 받아 든 전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또 다른 노인들을 위해 직접 도시락 배달에 나선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한파가 기승이던 5일 기자와 동행한 전 할머니는 10여분 떨어진 주거지로 가서 홀몸 노인에게 도시락을 전하고는 빈 통을 수거했다. 이날 잠깐 자리를 비운 어르신께 안부 전화를 마치고 나서야 업무가 마무리됐다. 5년 차 도시락 배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전 할머니는 “아들이 최근 간을 이식받아 경제적으로 기댈 수 없는 형편”이라며 “적지만 내가 번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재단으로부터 일자리를 제공받는 전 할머니의 형편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가처분소득 기준 65세 이상 노인 10명 가운데 4명(38.2%)이 ‘상대적 빈곤율’ 계층으로 조사됐다. 상대적 빈곤율은 소득 수준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이다.

노인 빈곤율은 고령화될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2023년 빈곤통계연보’를 보면 2021년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76세 이상에서 51.5%로 조사됐다. 이어 66∼75세(30.5%), 51∼65세(12.8%) 순이었다.

주방 및 급식 일을 맡은 어르신들 모습.

지난해 12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조기에 접어들면서 노인 빈곤층을 위한 교회의 역할도 주목된다. 대길사회복지문화재단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단은 2014년부터 영등포구청과 연계해 ‘도시락 서비스’ ‘복지시설 청소’ ‘급식 담당’ ‘급식 도우미’ 등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구청이 재정을 지원하면 재단은 일자리 창출과 구인 등을 맡는 형식이다. 재단은 현재 일자리에 연계된 어르신들에게 월 29만원 정도를 제공하고 있다.

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백훈기 목사는 “노인세대는 빈곤, 질병, 소외감, 무위(하는 일 없음) 등 이른바 4고라는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나서서 정부와 함께 손길을 더한다면 ‘나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뭔가 감당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서 “도시락 배달이나 복지시설 청소 등 어르신들이 또 다른 이들을 섬기는 나눔의 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가 노인 빈곤의 상징인 폐지수집 노인을 직접 챙기기도 한다. 인천 해인교회(김영선 목사)는 실버자원협동조합(이사장 이준모 목사)을 통해 폐지수집 노인의 자립 기반 마련을 도와주고 있다. 조합원이 수거한 폐지나 재활용품 등 개인별 실적을 정리하고 조합 화물차량으로 납품을 대행해 편의를 제공한다.

이준모 목사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가 봉사활동을 통해 신앙적 가르침을 실천하고 지역사회와 어려운 이웃을 돕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