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하면서 촉발된 의정 갈등이 1년을 맞았다. 병원을 박차고 나간 전공의와 강의실을 떠난 의대생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지루한 평행선만을 달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의료 공백의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답답할 노릇이다.
기나긴 갈등의 상흔은 깊고도 심각하다. 통계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11월 상급종합병원 47곳에서 건보 청구한 6대 암 수술 건수는 4만847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5만8248건보다 16.78% 줄었다. 6대 암은 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이다. 6대 암 중에서는 간암 수술 건수가 가장 큰 폭(24.74%)으로 떨어졌다. 암 진단을 받고도 의정이 대립하는 동안 수술 일정을 잡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했다는 주장이 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수치는 또 있다. 보건위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7월 6개월간 전국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초과사망자가 3136명으로 추산됐다. 초과 사망은 위기가 없었을 때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넘어선 수치를 말한다. 입원 환자 사망률도 2015~2023년 9년간 0.81%였지만, 지난해 2~7월에는 1.01%로 치솟았다. 의료 공백으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결과다. 비상진료체계 등으로 무려 3조3000억원의 예산이 추가 투입됐음에도 이 정도다.
의정 갈등은 이처럼 국민 건강에 치명상을 안겼다. 밀어붙인 정부와 대안 안낸 의료계 사이의 ‘치킨 게임’이 낳은 참혹한 결과다. 이제는 멈추고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14일 보건위 주최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법제화 공청회가 그 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