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탄핵보다 중요한 것

입력 2025-02-08 00:38

교회 1층은 카페와 어린이집이다. 2층은 초등학생을 위한 지역아동센터이고, 센터 옆 작은 사무실에 담임목사의 목양실이 있다. 3~4층은 예배당인데 정식 명칭은 다목적 비전홀이다. 평일엔 배드민턴 동호회와 어린이 풋살 수업이 펼쳐지는 체육관이면서 오케스트라 공연과 주민 총회도 열리는 음악홀이다. 주일엔 접이식 의자를 깔고 서랍 모양의 강단을 끌어내 예배당으로 변신한다. 지하 1층은 청소년센터로 동네 중·고등학생들의 아지트다. 다음세대를 위해 교회 공간 전체를 내어준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서울 광현교회(서호석 목사)의 모습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경기도 화성의 예수향남교회(정갑신 목사)는 무덤 위에 건축된 교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서울 영은교회(이승구 목사)의 교회 묘지였는데, 영은교회는 교인들의 부모세대 묘를 이장하고 건강한 교회를 위해 기꺼이 부지를 내놓았다. 예수향남교회는 5년을 전임으로 사역한 부목사에게 최대 100명의 교인과 함께 장소 임대 비용 및 2년간 소정의 사역비를 지원해 독립적인 교회를 개척하도록 돕는다. 교회 스스로 규모를 키우려는 욕망에 굴복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자기를 깨뜨려 새로운 교회를 낳고 있다. 그리스도처럼 자기 몸을 깨뜨리는 십자가의 도다.

예수향남교회는 분립개척뿐만 아니라 기독학교로도 유명하다. 정갑신 목사는 총신대 신학과와 서울대 사범대학원,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총신대 학보사 편집장을 역임하며 한때 신문기자를 꿈꿨지만, 대천덕 성공회 신부의 강연을 듣고 지나간 자리에 사랑과 사람을 남기는 목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2009년 상가교회로 시작한 예수향남교회는 개척 3년 만인 2012년부터 예수향남기독학교의 문을 열고 다음세대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수천명 성도 가운데 다음세대 비율이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3040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비율이 높다.

두 교회의 공통점은 아이들로 북적거린다는 것이다. 국민일보의 저출생 극복 프로젝트 ‘하나님의 선물, 아이좋아 시즌2’에 나란히 소개됐다. 다음세대가 북적거리는 곳은 건강한 교회라는 증거다. 교회가 주변 이웃과 다음세대를 위해 자기 몸을 깨뜨리는 노력을 해야만 가능하다. 아이들과 더불어 3040 부모세대 성도들이 많은 곳이고 따라서 교회 성장과 영적 부흥의 패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한국 사회의 존폐 위기라고도 불리는 출산율 추락에 맞서 한국교회는 다음세대를 돌보면서 저출생 극복을 위해 함께 뛰고 있다.

이 때문일까. 지난해 대담을 위해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만난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국교회와 국민일보에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저출산 극복은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가족친화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한데, “내가 왜 애를 낳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한국교회는 ‘아이가 행복이고 하나님의 선물’이란 점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최근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가 증가세지만 추세적 반전에는 아직 부족하다면서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을 1.0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현재 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이 위원장이며 주 부위원장은 장관급 직책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주 부위원장은 지난달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경고성’이라고 강변하는 계엄을 선포하고 이로 인해 탄핵 국면에 접어들며 성장률이 꺾이고 환율이 치솟는 등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주 부위원장은 저출생 대책 151개 과제를 점검하며 초고령화 대응 방향 등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탄핵 찬반으로 갈려 정국이 어지러워도 정치보다 더 심각한 과제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인 만큼 정부는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탄핵보다 중요하며 국가적 존망이 걸린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있어 교회의 본분을 다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

우성규 종교부장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