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질극 생중계… 뮌헨 올림픽 테러 실화 다룬 ‘9월 5일’

입력 2025-02-08 00:00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 인질극 당시 상황을 생중계했던 중계진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 같은 소재의 다른 영화와 차별화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린 방송 역사를 쓰는 거야. 암스트롱의 달 착륙보다 더 많이 보고 있어.”

올림픽 중계방송을 위해 독일 뮌헨에 파견된 룬 알리지(피터 사스가드) 미국 ABC 스포츠 사장이 말한다. 배구, 복싱 경기 중계 일정이 잡혀있던 이날, ABC 방송국 스포츠팀이 맡게 된 건 인질극 생중계다.

프로듀서를 맡게 된 제프리 메이슨(존 마가로)은 갑자기 맡게 된 테러 중계방송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충격적인 사건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어느 선까지 중계해야 할지 혼란에 빠진다.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영화 부문 작품상에 이어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에 오른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이하 9월 5일·포스터)이 지난 5일 개봉했다.

영화는 1972년 뮌헨 하계 올림픽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테러 인질극을 생중계한 ABC 방송 스포츠팀의 실화를 다룬다. 22시간 동안 이어진 실시간 테러 생중계는 당시 TV 앞에 앉아있던 전 세계 9억명의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올림픽이 한창이던 9월 5일 새벽,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선수촌에 침입해 이스라엘 선수와 코치들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한다. 선수촌으로부터 1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스튜디오에서 올림픽 위성 생중계를 하고 있던 ABC는 선수촌에 라이브 카메라를 설치한 유일한 방송국이 된다. “보도국 소속이 아니지 않느냐”는 본사의 저지를 무릅쓰고 스포츠팀은 당시로써는 최첨단 장비와 기술을 동원해 생방송에 나선다.

‘9월 5일’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뮌헨’을 비롯해 뮌헨 올림픽 참사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 달리 현장에서 사건을 생중계했던 앵커와 기자, 카메라맨, 프로듀서들의 시선으로 사건을 담아 차별화했다. 제작진은 1970년대에 실제로 사용했던 장비를 입수해 작동시키고 사건 당시 ABC 방송국에서 송출했던 원본 영상 자료를 영화에 활용했다.

영화는 분초를 다투는 인질극 상황에서 취재진이 사건 현장을 최대한 가깝게 전달하기 위해 어떻게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가며 즉각적으로 대응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취재진이 느끼는 긴장, 안도와 기대, 절망 등 다양한 감정도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인질극에서 방송으로 내보내도 되는 수위는 어디까지인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속보로 전달해도 되는지 등을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언론의 보도 윤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러닝타임 95분, 15세 이상 관람가.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