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트럼프 언급하는 민주당… ‘친중’ 탈피 위한 정치적 구애

입력 2025-02-05 18:43 수정 2025-02-05 23:4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종합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 회의석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름이 연일 등장하고 있다. 정상외교 공백 상태에서 맞게 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발빠르게 대응하며 수권정당으로서의 안정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구애’를 보내며 민주당의 ‘친중(親中)’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이재명 대표는 5일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 기업의 고민을 듣는다’는 간담회를 주재했다. 이 대표는 인사말에서 “대한민국이 경각의 국제질서 속에서 안전하게 생존할 뿐 아니라 번영해야 하는데 과연 그 길이 뭘까 하는 점에 대해 우리 모두 중지를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선 기업들, 경제인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는 발언도 했다.

유력 대권 주자로서 기업인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 돌파구를 모색하는 자리를 만들며 ‘경제 리더’ ‘외교 리더’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위성락 의원은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현실이고, 많은 변화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도전”이라며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언급하며 국회 통상특위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접점 마련에도 분주하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저를 ‘한국의 트럼프’라고 부른다”고 자신을 소개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유사점을 거론하며 공감대를 쌓으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박 의원 개인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 대표와 김민석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교감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트럼프 이슈’에 적극적인 것은 중도와 보수층 일각이 가지고 있는 ‘민주당은 친중’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또 민주당과 트럼프 행정부가 껄끄러운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민주당 집권 시에도 한·미 관계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민주당도 항상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외교정책을 펴 왔다. 지금이 그간 민주당에 씌워진 ‘친중반미’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