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銀 중 3곳 가계대출 증가 목표 2% 이내

입력 2025-02-06 01:14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중 3곳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잠정 목표치를 2% 이내로 잡았다. 지난해 실제 가계대출 증가율·목표치와 괴리가 큰데, 은행들이 금융 당국 눈치를 보느라 다소 무리한 목표를 세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4대 은행에서 제출받은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 자료에 따르면 이들 은행 중 증가율 목표치를 가장 낮게 잡은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는 2조800억원으로, 지난해 말 잔액(116조7379억원) 대비 1.8% 늘어나는 것이다.

향후 금융 당국의 페널티가 적용될 경우 확정 목표치는 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목표치 이내로 관리하지 못한 은행에 대해 올해 가계대출 총량을 ‘삭감’할 예정이다. 지난해 4대 은행은 모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0.2%로 너무 낮게 잡아 목표 대비 실제 증가율(1.4%)이 7배를 초과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일차적으로 작성한 수치를 기반으로 협의해 2월 중 목표치를 확정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대출 성적과 올해 1차 목표 수치 등을 감안해 페널티를 부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목표치와 실제 증가액의 차이가 가장 작았던 국민은행은 올해 목표 증가액을 3조5억원(2.0%)으로 써냈다.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액 3조4368억원(2.3%)보다 낮은 수준이다. 신한은행 또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2조3000억원(1.9%)으로 잡아 지난해 실제 증가액(3조560억원·2.6%) 대비 낮게 설정했다.

하나은행은 4대 은행 중 가장 높은 3조5000억원(2.8%)을 목표치로 써냈으나 이 역시 지난해 실제 증가액(4조4740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증가액 목표치는 2조7854억원(2.3%)이었다.

은행들은 금융 당국의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목표치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가계대출 증가 폭을 경상성장률 이내에서 관리할 방침이다. 올해 경상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가 더 엄격해질 전망이다.

이인영 의원은 “금융 당국이 양적인 대출 총량 관리에만 집중하기보다 실수요자를 고려한 실효성 있는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