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 145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과 고유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보이다 이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5년 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2.2% 상승했다. 지난해 7월(2.6%)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 3년7개월 만에 1%대(1.6%)로 내려온 뒤 10월에는 1.3%까지 떨어졌다. 이후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다 5개월 만인 지난달 2%대에 재진입했다.
고환율로 인해 지난달 석유류 물가가 1년 전보다 7.3% 오른 것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석유류의 물가 상승 기여도(물가 상승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는 0.27% 포인트로 전달(0.04% 포인트)보다 높아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당장 영향을 미친 품목은 석유류”라면서 “가공식품이나 외식, 기타 원자재 가격에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월(2.6%)보다는 오름세가 꺾였지만 1년 전보다 1.9%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무(79.5%) 당근(76.4%) 배추(66.8%) 김(35.4%) 물가가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뛰었다. 특히 김 물가는 37년2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체 조사 품목 중 구입 빈도나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작성된 생활물가지수는 2.5% 상승했다.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가 전체 물가상승률(2.2%)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 서비스 품목의 경우 외식(2.9%)과 외식 제외 서비스(3.5%)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그중 외식 제외 서비스 가격은 실손보험료, 여행 요금 상승 등으로 13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환율 상승세가 지속하는 데다 ‘관세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주는 불확실성 탓에 향후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세로 인해 수입물가 상승 등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 흐름을 보이겠지만 환율,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당분간 물가 상방 압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석유류·농산물 가격의 기저효과, 낮은 수요 압력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이후 목표 수준(2%) 근방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안정될 것이란 정부와 한은의 관측에는 동의한다”면서 “고환율 여파가 정책,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을 안정시킬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