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자 이해진(사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7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돌아온다. 이 창업자의 복귀는 치열한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네이버의 의지를 보여주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6일 이사회를 열고 이 창업자의 사내 이사 복귀 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의결한다. 다음 달 주총에서 이 창업자가 사내 이사로 선임되면 이사회 의장을 맡을 전망이다.
이 창업자는 2017년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에서 내려온 뒤 이듬해 사내 이사에서 퇴임했다. 이후 그는 GIO 직함으로 글로벌 사업을 주로 맡았다. 대외 활동을 자제해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지만, 지난해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5월 AI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7월에는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업계는 각국의 AI 패권 다툼이 치열한 시점에 이 창업자가 돌아오는 것에 주목한다. 그는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를 연이어 개척한 1세대 벤처 창업자로, 네이버를 국내 대표 검색 엔진으로 만든 주역이다. 구글이 검색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네이버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창업자의 복귀로 네이버의 AI 등 신사업에는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네이버는 자체 기술과 인프라, 데이터로 독립적인 AI 역량을 갖추는 ‘소버린 AI’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자체 기술로 만든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고, 올해 ‘온 서비스 AI’ 전략하에 여러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중동 국가에 네이버의 AI와 디지털트윈(현실 세계를 디지털 세계에 쌍둥이처럼 구현하는 것) 기술 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해 7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와 함께 사우디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진행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아랍어 기반 LLM 구축 및 서비스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1분기 중 중동 총괄 법인을 설립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네이버 매출액은 10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구글 등 해외 빅테크도 매출 10조원을 돌파한 시점에 본격적으로 신사업을 시작해 장기적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