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필요하다면 즉시 추경(추가경정예산안)할 생각을 우리도 준비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은 기본적으로 1분기(1~3월) 이후 추경 편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최근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을 명분으로 삼아 조기 추경 편성 여지도 열어두는 분위기다.
권 위원장은 경기도 평택의 고덕변전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이 작년에 (올해) 예산안을 엄청나게 깎았지 않았나. (그런 뒤) 바로 1월 초부터 추경을 얘기하는 건 (추경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은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즉각 추진해야 할 만큼 긴급한 상황이다. 추경 편성을 망설일 때가 아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응수 성격이다. 권 위원장은 다만 “우리 입장에서는 경제 상황을 보고 예산이 필요한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 점검해서 필요하면 즉시 추경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의 즉각 추경 편성 요구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조기 추경 편성 여지 역시 남겨둔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 대표가 (추경에) 진정성이 있다면 여·야·정 국정협의체에서 추경 등 모든 문제를 열어놓고 대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다음 주 초 열리는 여·야·정 국정협의체 4자 회담에 앞서 반도체 특별법, 에너지 3법(전력망확충특별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특별법)의 2월 임시국회 내 처리 및 국회 연금개혁특위·개헌특위 구성에 야당이 동의하면 추경 편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정부의 조기 예산집행 경과를 지켜보고 추경은 1분기 이후 편성하자는 기존 입장과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다.
이런 기류 변화는 설 연휴를 전후해 전 세계를 강타한 딥시크 충격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딥시크 충격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이 커지면서 마냥 추경 논의를 미루기보다는 추경을 고리로 민생 정책에서 주도권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권 위원장은 최근 울릉분지에 최대 51만7000배럴의 가스·석유가 더 매장돼 있다는 용역보고서(국민일보 2월 3일자 1·3면 참조)가 나온 것을 언급하며 “향후 추경 등을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예산을 복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예산 편성은 엄연히 정부의 권한”이라며 “야당이 민생에 진정성을 보이려면 먼저 민생 입법에 협조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