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이 연초부터 신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하며 국내 시장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낙제점 수준이었던 개인정보 보호나 사후 관리(AS)를 보완하는 동시에 문턱이나 계단 오르기 등의 신기술로 국내 점유율을 수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3위권 로봇청소기 업체인 에코백스는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언론간담회를 열고 ‘디봇 X8 프로 옴니’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새 모델은 물청소를 하면서 더러워진 걸레를 실시간으로 세척하는 기능을 세계 최초로 탑재했다. 깨끗한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스크래퍼로 걸레의 오염물을 긁어내 보관하는 방식을 통해 기존 제품들보다 더 깨끗이 청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출시 행사의 첫 행선지로 한국을 찾은 데이비드 첸 에코백스 최고경영자(CEO)는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은 매력적”이라며 회전패드·롤러와 같은 특화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점유율 40%대를 기록하며 국내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로보락은 청소기 두께를 8㎝ 이하로 줄인 S9 맥스 시리즈를 출시한다. 기존 로봇청소기보다 얇은 두께로 침대나 소파 등 가구 아래 공간을 쉽게 청소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접이식 로봇 팔 ‘옴니그립’을 탑재해 300g 이하 가벼운 물체를 스스로 치울 수 있는 ‘사로스 270’도 연내 출시한다.
국내 시장에서 한·중 업체 간 경쟁 1라운드 대결 주제는 올인원 로봇청소기였다. 중국 업체들은 2021년부터 먼지 청소, 물청소 기능을 함께 지원하고, 청소 후 먼지통 비움·물세척까지 자동으로 지원하는 제품들을 통해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지난해 삼성전자·LG전자가 뒤늦게 올인원 제품들을 출시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약점으로 지적돼온 AS를 적극 확충하며 국내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로보락은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334개 롯데하이마트 지점을 AS 접수와 제품 수령처로 활용하고 있다. 에코백스, 드리미 등도 각각 63곳, 24곳의 AS 지점을 전국에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중국발 로봇청소기 공세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보안을 꼽고 있다. 카메라 센서를 달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가 수집하는 정보가 중국 내 서버에 보관되거나, 유출될 위험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을 업체들이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코백스는 지난해 CES와 글로벌 보안 콘퍼런스 데프콘 등에서 원격 해킹 가능성을 지적받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에코백스 제품에 대해 미사용시 전원을 끄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첸 CEO는 보안 우려에 대해 “지난해 불행한 사건들 이후 안전에 투자를 늘렸다”며 “각국이 요구하는 개인정보 보호 규정에 맞춰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