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대행 “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 최소 34조 규모

입력 2025-02-06 02:41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김완섭 환경부 장관의 보고를 듣고 있다. 김지훈 기자

정부가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34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가칭)을 조성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중 ‘국가 AI위원회’ 회의를 열고 세부 전략 논의도 확대한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AI 모델 개발 등 외부 변수 확대에 따른 공식 대응에 나선다는 취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우리 산업을 둘러싼 방정식이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아낌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먼저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17조원)의 2배 이상 규모로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산업은행에 조성하고 저리 대출, 지분 투자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AI위원회 개최와 더불어 최대 2조원을 투입하는 ‘국가 AI 컴퓨팅센터’의 연내 가동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최 권한대행은 “구체적인 기금 신설 방안을 마련해 관련 법률 개정안을 3월 중 국회와 협의하겠다”며 “(국회도) 업계가 필요로 하는 반도체특별법과 전력, 에너지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미 신정부 출범에 따른 주요 수출산업의 영향과 대응 방향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철강 등 5개 산업협회장이 참석,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에 대응해 ‘제3국 수출 판로 확대’ ‘미국 싱크탱크 접촉 강화’ 등의 해법을 모색했다.

먼저 반도체 업계는 딥시크 AI 모델 출시로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가 저사양 AI 칩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반도체과학법(칩스법) 보조금 지급 요건이 강화될 경우 대미 투자 및 현지화 전략 수정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배터리·자동차 업계는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현실화 여부에 따라 대미 수출 및 현지화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의 캐나다 관세 부과가 재개될 경우 캐나다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셀을 유럽 등 미국 외 국가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의 멕시코 관세 부과 및 한국에 대한 보편관세(10~20%)가 현실화되면 대미 수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이에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현재 44% 수준에서 향후 60~75%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아세안(ASEAN) 등 타 지역으로 수출 다변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철강 업계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등에 맞서 한국산 철강 제품의 대미 기여도를 미 정부와 의회 등을 상대로 설득하는 대미 아웃리치(소통·접촉) 활동을 확대하기로 했다. 조선 업계는 미국의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수주 확대 및 신조 수주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와의 민·관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