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호재·짜릿한 실적… K전력·전선 앞날 더 밝다

입력 2025-02-06 01:05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전력기기·전선 업계가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들어섰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전력망 교체 주기를 맞은 데다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이들 기업은 역대급 실적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확정적 수요가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전망도 밝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실적으로 매출 3조2820억원, 영업이익 1146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4%, 영업이익은 43.6% 증가했다. 매출이 3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영업이익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1100억원을 넘어섰다. 이번 실적은 건설·통신 등 계열사를 보유했던 과거와 달리 케이블·솔루션 사업으로만 거둔 실적이다.

대한전선과 함께 전선업계 양대산맥인 LS전선도 지난해 매출 6조7660억원, 영업이익 2747억원을 달성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8.8%, 18.2% 증가했다.


주요 전력기기 제조사들도 일제히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이 4조8950억원, 영업이익이 3625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3.8%, 40.6% 증가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매출 4조5518억원, 영업이익 3897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매출 3조3223억원, 영업이익 66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9%, 112.2% 개선된 실적을 보였다. 3사 합산 매출이 10조원,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런 호실적은 북미 지역 노후 전력망 교체,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30년 주기 미국과 유럽의 노후 전력망 교체가 맞물리면서 전선·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늘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미국 내 변압기의 약 70%가 교체 시기가 도래한 상태다. 아울러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급격히 늘며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초고압 변압기와 고용량 전선 수요가 커졌다.

당분간 우호적 글로벌 시장 환경이 유지될 가능성은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기술 패권 장악을 위해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2년 460TWh(테라와트시)에서 2026년 최대 1050TWh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슈퍼 사이클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저비용·고효율 AI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AI 생태계가 확장하는 시기인 만큼 해당 변수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여파로 미·중 패권 경쟁의 중심에 AI가 자리하게 되면서 시장 예측치보다 단기에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