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교·안보 전문가 70%가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 강화가 동맹 약화로 이어져 한·미·일 삼각 협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5일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계기 한반도 정세 전망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 그 이유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업적 달성에 대한 욕심, 북한의 핵 군축 희망 등을 꼽았다.
전문가 28명은 그러나 북·미 대화·협상이 재개되더라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 내에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년 하노이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비핵화에 대한 양측 견해차가 크고 북한 문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사태, 중국 문제보다 후순위라는 점이 배경으로 지적됐다. 일부 전문가는 ‘하노이 노딜’을 경험한 김 위원장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우선 탐색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 23명은 한·미 관계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사에 참여한 박노벽 전 주러시아 대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제사회가 강대국 간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동맹에 자기들 역할을 대신해 달라는 요구를 할 것”이라며 “한·미 양국 모두 트럼프 취임을 동맹 약화 요소가 아닌 동맹의 역할 변환 요소로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 정책 영향으로 한·미 관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 전문가들도 40%(16명)에 달했다.
한·미·일 3국 협력 관계는 악화할 것(25명)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을 묶는 다자 관계를 중시했다면 트럼프는 개별국가와의 협상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분명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참여 전문가 다수는 북·미 대화 가능성에도 남북 관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응답자 중 27명은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상황을 살피며 대남정책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4명은 남북 경색 국면이 지속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일부 전문가는 남북 대화 의지를 지속해서 피력하고 한국의 중요성을 트럼프 행정부에 계속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