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서울구치소의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다녀온 뒤 윤 대통령 접견을 희망하는 여당 의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벌써 3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영장 대치 당시 대통령 관저로 달려갔던 의원들이 구속 이후에도 여전히 윤 대통령 극렬 지지층, 즉 ‘극우’로 분류되는 집단의 그늘에 안주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들은 지도부가 내세웠던 것처럼 개인적 인연이나 지지자 요구를 구치소행의 명분으로 거론하는데, 공통된 정서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듯이 최근의 보수 결집 현상에 부응하자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명백한 오판이며, 그 후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 지금 여당이 택해야 할 길은 진영 논리를 넘어 보수의 가치를 되살리는 것이다. 보편적 상식을 거스르는 극단적 목소리에 계속 의존해서는 결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여당 지도부 면회를 통해 윤 대통령이 내놓은 옥중 메시지의 골자는 ‘나치 같은 야당’이었다. “독일의 나치도 선거로 정권을 잡았는데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그렇게 되는 것 아닐지 걱정된다.” 야당이 입법 권력을 무리하게 휘두른 것은 분명하지만, 그 권력은 국민이 주었고 그런 야당을 상대하며 국정을 이끌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었다. 정치력을 발휘하는 대신 비상계엄이란 위헌적 방법을 택한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거듭 제기하며 다수당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있다. 4일 탄핵심판정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파견 지시를 인정하면서 검사 시절부터 ‘엉터리 투표지’ 의혹을 주시해왔다며 같은 주장을 폈다.
‘부정선거→나치 야당→불가피했던 비상계엄’의 윤 대통령 항변 논리는 취약한 음모론에 근거할 뿐 아니라 나라의 근간인 민주주의 절차를 정면으로 부정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지금 앞다퉈 면회하려는 여당 의원들의 행태는 옥중 정치인의 음모론 스피커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보수 정당이 오랜 세월 지켜온 민주주의와 법치의 원칙을 스스로 내던지고, 향후 정권 향배를 좌우할 중도층의 외면을 자초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