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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시가 있는 휴일] 새 그리기
입력
2025-02-07 00:03
새를 그리고 그 옆에 새장을 그린다
그러면 자유를 그린 것 같다
새는 새장을 모른다
새장은 새를 향해 조금씩 다가간다
나를 향해 내가 모르는 죄가 다가오듯이
우리를 향해 우리가 모르는 벌이 다가오듯이
내 이름을 쓰고 이름 위에 새를 그린다
새가 내 이름을 가지고 날아오를 것 같다
날다가 그만 놓아버릴 것 같다
새를 그린다
오래 앉아 있는 새
새를 향해 붉은 하늘이 야금야금 다가온다
-장석남 시집 '내가 사랑한 거짓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