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도 예외 없는 관계의 문제, 의사소통 방식부터 바꿔야 해결”

입력 2025-02-06 03:07
박태영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4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한국의 통합적 가족치료모델’의 핵심 내용과 치료 과정에서의 유의점을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소통과 관계로 인한 갈등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모든 문제의 시작점과 같습니다. 독실한 신앙을 가진 사람도 예외가 없어요. 중요한 건 자신의 소통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디서 기인했는지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박태영(64)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불통(不通)의 심각성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소통 회복 과정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4일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30여년간 1500여 가정을 상담하며 치료 모델을 연구해 온 가족치료 전문가다. 가족치료는 개인의 심리적 장애와 문제가 가족 간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여러 부적응으로 인해 생긴다는 점을 연구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집단치료의 일종이다.

박 교수 연구팀이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 개발한 ‘한국의 통합적 가족치료모델’은 지난달 가족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저널인 ‘패밀리 프로세스(Family Process)’에 게재됐다. 아시아 최초로 자국 문화에 특화된 가족치료모델을 개발한 사례다. 그동안 문화적 차이로 인해 적용하는 데 한계점이 있었음에도 대안이 없어 수십년간 사용해 왔던 미국의 가족치료 이론을 대체할 첫 결과물을 낸 것이다.

박 교수는 “기존 이론엔 한국의 문화적 특징에 해당하는 효(孝) 한(恨) 화병(火病) 같은 요소가 배제돼 있어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면서 “오랜 기간 임상모델을 분석한 끝에 치료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가족치료 분야의 ‘사이언스’ 또는 ‘네이처’로 불리는 패밀리 프로세스 저널에 게재된 건 학자로서 평생 기도제목으로 품어왔던 열매”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개발한 치료모델의 핵심은 세 가지다. 비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 원가족과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배우자나 자녀에게 전이되는 것,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효 문제다. 박 교수는 “가족 상담을 통해 가계도를 그려보고 각자의 성향을 분석해보면 자신의 소통 방식이 부모와 형제자매, 조부모와의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음이 드러난다”며 “효를 둘러싼 갈등을 통찰하고 상대방과의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연습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신앙이 있는 이들 역시 관계로 인한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 상담을 의뢰하고 치료를 받는 것을 터부시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힘겹더라도 이 과정 끝에 얻게 될 회복을 기대하며 상담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