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위 나팔꽃이 저절로 열리는 모습을 본 아이는 꽃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늘 꽃을 가까이하며 살았다. 종일 자릴 깔고 누워서는 꽃만 바라봤다. 하루도 빠짐없이 꽃 책을 보고 꽃 그림을 보고, 꽃 시를 읊고, 꽃차를 마셨다.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 김 군이라고 조롱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꽃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꽃의 아름다움은 변치 않으리. 언제까지고 꽃과 함께라면 미친 사람이라 불려도 좋으리라.”
꽃에 미친 김군은 18세기 조선에 실존했던 화가 김덕형이 모델이다. 아쉽게도 그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고 그의 화집 ‘백화보’도 행방이 묘연하다. 실학자 박제가의 서문만 남아 있을 뿐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저자가 처음 쓰고, 그린 책에는 동양화의 전통에 현대적 감수성을 더한 화려하고 풍성한 꽃 그림이 가득 차 있다.
맹경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