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시장에 상장한 LG CNS가 첫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많은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따상(공모가 2배+상한가 30% 상승)’은커녕 공모가 한참 아래 수준까지 폭락했다. LG그룹은 계열사 주가를 부양한다는 밸류업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LG와 중복상장 논란이 일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 CNS는 이날 공모가(6만1900원) 대비 6100원(9.9%) 내린 5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규장이 열리기 전인 동시호가 제출 단계부터 5만원대를 기록하더니, 장중 5만4900원까지 하락했다. 공모청약에 응한 투자자들은 이날 최고점(6만700원)에 주식을 매도했어도 원금 손실을 본 셈이다.
일반 청약 증거금만 21조원이 몰릴 정도로 기대를 모았던 LG CNS가 상장 첫날부터 부진한 주가를 보이며 LG그룹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복상장을 우려해 LG CNS의 상장에 부정적 목소리를 내던 이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LG CNS의 지분 절반(49.95%)은 ㈜LG가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LG 역시 상장사라는 점이다. 사실상 LG CNS의 기업가치가 ㈜LG 주가에 녹아있는 상황에서 LG CNS가 상장하면 모회사의 주식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분석에 따르면 LG전자·LG화학·LG생활건강·LG유플러스 등 주요 자회사들은 이미 모두 상장되어 있고 LG CNS가 ㈜LG의 유일한 대규모 비상장 자회사였다.
LG그룹이 지난해 11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지 세 달도 지나지 않아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LG그룹 지주사인 ㈜LG는 2026년까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배당성향을 당기순이익의 50%에서 60%로 올리는 등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최고 7만8100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LG 주가는 이날 7만2100원을 기록 중이다.
LG CNS는 밸류업 계획 발표 2주 뒤인 같은해 12월 5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상장 절차에 공식 돌입했다. LG CNS 측은 이 회사가 ㈜LG에서 직접적으로 물적분할된 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복상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신균 LG CNS 사장은 “상장이라는 새로운 모멘텀을 발판 삼아 고객이 필요로 하는 AI 기술을 가장 빠르고 적절하게 제공하는 AX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