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친구들이요? 통일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 없을 걸요.”
5일 경기도 연천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열린 한국대학생선교회(CCC·대표 박성민 목사) 통일순장캠프에 참여한 호남대 졸업생 오은지(23)씨는 요즘 청년들의 통일 인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실제 각자의 삶, 개별 국가 이익이 최우선인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 한반도 통일은 현실과 동떨어진 일, 우리 사회에 막대한 비용을 안길 불편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이 발표한 ‘통일의식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의 절반 이상이 통일이 필요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같은 해 발표한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조사에서도 청소년 10명 중 4명이 ‘통일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런 시대에 통일 비전을 위한 캠프에 참여한 청년들은 어떻게 통일을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을까. 국민일보가 CCC 통일순장캠프에 참여한 청년 20여명에게 물은 결과 이들 역시 대부분 통일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과 현실을 마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신앙을 통해 통일사역의 의미를 깨닫고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는 고백도 이어졌다.
통일, 청년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
장준영(23·원광대)씨는 “통일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들 대부분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반응을 보인다. 굳이 통일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호(26) 세종대 간사도 “통일을 판타지처럼 생각하는 학생이 많고, 분단이 익숙한 현실에서 굳이 체제를 통합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도 존재한다”며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청년들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 이슈나 남북관계 등에 관심이 있더라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박성호(25·고려대)씨는 “(일반적으로)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거 같다”며 “그나마 북한, 남북관계 등에 관심 있는 친구들도 보통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과 북한에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회 안에서도 희미해진 ‘통일 기도’
대학 캠퍼스만의 상황은 아니다. 교회에서도 통일에 관한 관심은 줄어드는 추세다. 김예은(23·광주여대)씨는 “교회를 떠나는 청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북한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더욱 희박한 일”이라며 “교회 안에서도 통일이 필요하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한 대다수 청년은 교회에서 북한이나 통일을 위한 기도를 접한 경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주일예배 대표기도에서조차 통일에 대한 얘기를 듣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청년은 “교회 어르신들도 통일을 정치적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목사님들이 설교에서 쉽게 언급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앙적 성숙과 북한선교교육을 통해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한 청년들도 있었다. 2022년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 이후 통일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김예윤(22·고려대)씨는 “이전에는 통일이 되면 북한을 도와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반대했지만 이제는 북한 주민들의 영혼 구원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선한(23·전남대)씨도 “CCC 활동을 통해 북한의 실상과 통일의 필요성을 알게 된 지금은 구체적인 기도제목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복음통일을 위한 실천과 기도
이렇게 북한선교 인식을 갖게 된 청년들은 “더 잘 준비돼 있기 위해 기도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가연(22·동강대)씨는 “통일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우리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래 세대로서 각자가 받은 달란트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대 졸업생 최진영(25)씨는 “CCC가 민족 복음화를 이뤄낼 다음세대를 위해 전략적으로 캠퍼스 선교를 택한 것처럼, 청년들이 각자의 전공과 분야에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며 한국교회에도 기도를 당부했다.
경남대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하는 동준희(26)씨는 “처음에는 캠퍼스에서 혼자 관심을 가졌지만 점점 함께하는 친구들이 늘어나 8명이 함께 기도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통일 비전을 전하고 설득하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천=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